"中, 대한 압박 일변도 불가…남북 최대공약수 찾기 노력 가속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 중국 견제 전선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 될 조짐이 최근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 비공식 협의체) 정상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대면 회의를 열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번영 등에 관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프라 개발 협력, 백신, 사이버 공간과 우주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일련의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으며 매년 쿼드 정상회의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견제 공동성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가 참여하는 새로운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를 발족시키는 등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네트워크 확대'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은 겉으로 '냉전시대 사고'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응책 마련에 급급한 상황이라는 게 외교가 안팎의 중론이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국익에 우선한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미국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만', '남중국해' 등 중국을 겨냥한 내용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음에 따라서다.

이와 함께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장도 지속적으로 마련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향후 3국 간 협의체 발족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대중견제 전선 구축의 '약한고리'로 평가되는 한국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단순히 중국의 공격적 외교를 뜻하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가 아닌 '강온(强穩·강함과 부드러움) 양면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을 견인할 수 있는 '요소'로 북한 문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북한 일변도를 할 수 있으면 편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쿼드, 오커스,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참여 기밀정보 동맹체) 등에 한국이 협력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지난 15일 우리 군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성공한 사례도 언급하며 "거기에 대한 긴장감도 있는 것"이라면서 "이에 과거와 같이 압박, 윽박지르는 대응 대신 남북 양쪽에 모두 귀를 기울이면서 최대공약수를 찾으려고 하는 노력을 가속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의에 '긍정 담화'를 내놓은 것은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또한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 등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을 대변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적으로 북중 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소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종전선언 얘기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의 직간접적인 역할을 고려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중국의) 직접적인 코멘트가 없더라도 북한 입장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이) 중국의 의도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고 반응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외교가에서는 내년 2월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평화 이벤트' 중재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 주도의 대중견제에 맞서 국제사회에 지지를 이끌어 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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