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핵열차'서 착안한 듯…추후 ICBM 운용 가능성
"철길 없으면 '무용지물'…선제타격시만 효과" 지적도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열차를 이용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공개했다. 지난 15일 실시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 사격훈련을 통해서다.

전문가들 중엔 북한의 철도 철도 및 도로 사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분석하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사일 발사 사실을 은폐하기 위란 측면이 더 크다고 전했다. 즉, 사전에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없게 하거나 설령 탐지하더라도 추적, 요격하기 어렵게 하기 위한 새 무기 체계에 방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16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현장 사진과 영상을 보면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차량형이 아닌 열차형 TEL을 이용했다.

대북 관측통은 "북한이 열차형 TEL을 개발해온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이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국 중에선 러시아가 옛 소련 시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T-23(나토명 SS-24 '스캘펠')의 운송 및 발사 수단으로 열차형 TEL, 이른바 '핵열차'를을 개발해 2008년까지 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1980년대부터 지상배치형 ICBM LGM-118A '피스키퍼'를 열차에 실어 전국 각지에 숨기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에 시달리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에 따라 중단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북한도 추후 ICBM 발사가 가능한 열차형 TEL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열차형 TEL은 기관차가 철길에서 끌고 다니는 화차를 미사일 발사대로 개조한 것이다. 즉, 철길이 없는 곳에선 이 같은 방식의 TEL를 운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런 방식의 TEL를 개발한 건 북한 내 도로 교통망보다 철도망이 더 잘 발달돼 있단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북한의 철도는 2019년 기준 총연장 5295㎞로 우리(4087㎞)보다 길다.

게다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때만 열차형 TEL를 터널 밖으로 잠시 끌어내거나 일반 객화차로 위장해 운용할 경우 한미 당국의 대북감시·정찰자산으로 포착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의 이번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훈련도 터널 안에 있던 열차형 TEL을 밖으로 끌어낸 뒤 TEL 안에 실려 있던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하나씩 차례로 세워서 발사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북한 내 철도 역시 노후화가 심하다"는 이유로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그 이름과 달리 기동성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북 관측통에 따르면 북중 국제열차가 운행하는 평의선 철로에서도 시속 30㎞ 이상의 속도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철도망은 "전쟁 발발시 적의 보급로 차단을 위한 우선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 "열차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는 사실상 선제타격 때만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이번 훈련에 사용된 열차는 3량짜리로서 기관차와 TEL을 제외한 나머지 한 칸은 통제실인 것으로 보인다. 또 미사일은 TEL 안에 탄두부를 서로 반대쪽으로 향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납돼 있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이번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훈련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이나 그 개량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약 800㎞, 정점고도는 60여㎞로 탐지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번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훈련을 참관한 박정천 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 대응타격수단"이라며 "우리나라(북한) 지형조건과 실정에 맞게 이 체계를 이용하기 위한 전법방안들을 부단히 완성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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