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부적절한 실언…우몽하기 짝이 없다" 불쾌감
통일부 "예의 지켜야" 대응…서로 대화 여지는 남겨둬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의 도발 억지' 발언을 비난했지만 기존과 달리 수위가 낮고 대화여지를 남겨두면서 남북관계 변화의 시그널로 분석된다. 문이 지난 15일 '북한의 도발 억지'란 표현을 사용한 사실을 두고 남북한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후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국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현무Ⅳ-4'의 최종 시험발사 등을 참관한 뒤 "우리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몽하기(어리석고 사리에 어둡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8년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향해 '도발'이란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와 그에 따른 한반도 평화정착 실현의 추동력을 얻기 위한 나름의 '성의 표시'였던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간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우리 측과의 대화를 사실상 거부해왔다. 지난달 북한이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을 1년여 만에 복구하면서 정부 안팎으로부터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북한은 올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을 문제 삼아 다시 통신선을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달 11~12일엔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있었던 15일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훈련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북한의 도발 억지' 발언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도발' 표현은 '기자들 따위나 쓰는 것'이라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통일부는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지켜야 한다"며 김 부부장 담화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정작 청와대로부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방부 역시 "특별히 언급할 사안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이번 김 부부장 담화의 표현 수위가 과거에 비해 낮았던 점, 또 '우린 남북관계의 완전파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한 대응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남북 양측 모두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채 상황 관리에 들어갔단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코로나19와 식량난으로 그 어느때보다 위기에 처한 북한 상황을 고려할 때 남한과의 대화를 바라던 차에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즉 '울고 싶을 때 뺨 때려 준' 격으로 북한이 먼저 남한에 대화 제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화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유엔 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와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의 경우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재차 언급할 것으로 보이고, 유엔이 북핵 문제 해결의 주체가 돼 줄 것을 언급한다면 북한이 크게 호응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돼 온 남북관계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따라 변화의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북한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최근 복원됐다 중단된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개될 수 있다. 이어 남북 실무자급 회담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부부장의 문 대통령 비난 발언이 오히려 남북관계 변화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는 이유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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