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문 대통령 비난했지만 수위 낮아…남북 통신연락선 재개될 듯
中 왕이 "북한 미사일 발사는 다른 나라도"…문 대통령, 美 대신해 유엔 역할 강조할 듯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9·9절) 행사에 모습을 보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KR DB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9·9절) 행사에 모습을 보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KR DB

우리 군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남북관게에 암운이 드리우는 양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 굳어지고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정반대의 분석을 내놨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를 바라고 있고, 중국과 미국도 그러한 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北 김여정, 문 대통령 비난했지만 수위는 이례적으로 낮아…대화 여지 남겨 

김여정 부부장이 15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미사일 발사 참관을 겨냥해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우리 군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새로 개발한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우리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고 발언한 것을 '부적절한 실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우몽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기자들이나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함부로 따라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유감을 표시한다"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앉아서 북한을 이길 수 있다는 힘자랑이나 하는 것"이며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방(상대방)을 헐뜯고 걸고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발사에 이어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의 무력시위가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해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북한의 '대외 총괄'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파악되는 김 부부장은 주요 계기에 담화를 발표하며 북한의 입장을 표출하는 창구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그는 우리 정부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막말' 비난 담화를 수차례 발표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월30일 올해 첫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후 문 대통령이 이를 비판하자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 "미국산 앵무새", "자가당착", "철면피 하다" 등의 막말 언사를 포함한 담화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3월16일에 발표한 담화에서는 남한이 '어리석은 수작'을 부리는 '태생적인 바보'이며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더듬이)'라고 조롱했다.

이날 담화는 이 같은 과거 담화에 비해서는 표현이 '순화된' 측면이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코로나19 위기와 경제난, 특히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다"며 "그동안 남한의 지원을 무시해왔지만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아 남한을 통해 직접 지원받든, 유엔을 통해 우회적으로 받든 대화에 나설  입장"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번 남북 간 미사일 발사는 대화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단된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왕이 "북한 미사일 발사는 다른 나라도 하는 군사훈련"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5일 북한의 최근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한 뒤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는 말에 "우리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중국은 한반도 남북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방해를 배제하며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왕 부장의 방한 일정에 탄도미사일을 발산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왕 부장은 "일반 군사훈련"으로 해석했다. 즉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주변국을 위협하는 도발도,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왕 부장의 그러한 주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도 높게 비난함으로싸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의 대외 활동을 제재하려는 시도를 완화 내지 완중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향후 남북대화의 진행에 긍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

◇ 문 대통령 유엔 연설 주목…북핵 등 대북 문제 유엔 역할 강조할듯

문 대통령은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연설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유엔연설 과정에 미국이 힘을 발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즉 바이든 정부 초기부터 북한과 대화를 모색해온 미국은 번번이 실패했다. 북한이 강조하는 '대북 태도 변화'를 실질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자세를 낮춰 북한을 상대하기가 어렵다. 한국이 중간자 역할로 미국을 대신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하길 기대한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북핵 문제(비핵화)를 풀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은 유엔이 그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북핵 문제를 유엔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과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올초 신년사와 기자회담에서 "남은 임기 중 남북관계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전후 해 남북관계에 변화가 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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