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의 적통 경쟁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무기명 표결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당 주류인 ‘친문재인계’ 당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후보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방식이다. 정책을 통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잇는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17년 전 사안의 진실공방에 몰두하는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반 여부를 놓고 이 지사는 이틀째 공방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본소득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후보가 스크럼까지 짜가면서 탄핵 표결을 강행하려고 물리적 행동까지 나섰던 것 같다. 사진에 그렇게 나온다”며 “(이 전 대표가) 탄핵 표결에 반대했다고 하니 납득이 안 된다. 진실이야 본인만 알겠지만 투명하지 않고 안개가 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날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며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재명 “윤영찬이 썼던 2004년 기사에도 ‘이낙연이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다’고 나온다”

이 지사 쪽은 2004년 3월12일 탄핵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있는 이 전 대표의 사진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한 이 전 대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에 잔류한 상태였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탄핵에 반대했던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탄핵 불가피 입장을 밝혔고 이낙연 의원 등 비서명파 의원들도 찬성 쪽으로 선회했다”는 2004년 3월11일 보도도 제시됐다.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시 탄핵에 반대한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설훈 의원처럼 삭발을 하며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더 거세게 반대한 의원들은 온몸을 내던져 표결을 막았다”며 “그 당시는 탄핵에 찬성한 것처럼 하고, 이제는 탄핵에 반대했다고 말하는 것이 결국 이낙연 후보의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정확하게 답할 의무가 있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낙연 캠프의 핵심 인사인 윤영찬 의원이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2004년 당시 탄핵 관련 기사에 ‘이낙연 의원은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다’고 썼던 것도 언급했다. 그는 “기사뿐만 아니라 당시 이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 발언을 많이 했고, 본인이 탄핵을 관철하기 위해 몸싸움 행동에도 실제 투입이 됐다”며 “무기명 투표를 하고 지금 와서 반대했다고 그러는 자체도 문제고, 만약 앞에서 찬성해 밀어붙이고 뒤로는 반대하면 그것도 이중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쪽 “반대표 던졌던 ‘팩트’만 봐라”

정세균 전 총리도 “탄핵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석을 지켰다”며 노무현 탄핵 공방에 가세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에 우리 의원들이 다들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서 정말 갖은 노력을 다했다”며 “그런데 그 당시에 이낙연 후보는 다른 정당에 있었지 않았냐. 그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이 아마 추미애 후보일 것이다. 같이 그쪽에 계셨으니까”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추 전 장관 두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쪽은 ‘탄핵 반대표를 던진 게 맞다’며 반박에 나섰다.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이재명 캠프는 맹목적인 마타도어와 무차별적인 비방을 멈추고,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진 팩트, 본질만 바라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님까지 끌어들여 사실을 왜곡하며 이낙연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치졸하다 못해 비열한 행동”이라며 “이낙연 대표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퇴행적인 과거사 진실공방을 멈춰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상대 주자 흠집 내기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좋은 말로 이러지 말고 정책 검증하자고 했는데,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은 후보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민주당은 집권당이며 집권당은 미래를 바라보며 표를 달라고 해야 한다”며 “2004년 탄핵은 정치 지형의 문제였는데 그걸 지금 소환해서 옳았다, 아니다, 앞장섰다, 아니다 하는 건 소모적인 게 아니라 퇴행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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