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 후 3주간 '처가'·최재형 등판 등 악재 마주…지지율 방어 일단 성공
한명숙·추미애·조국 공격 집중, 선명성 부각 효과…후원회장 위촉·민심탐방 속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페이스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페이스북

한국의 대선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변수는 정당과 지역이다. 국내의 경우 지역정당 성격이 강한 거대 양당은 대선 때 지역주의를 철저히 이용해왔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국민의힘은 영남을 ‘상수(常數)’로 놓고 대선 구도를 짜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제3지대 중도 정치가 여느 대선과 달리 주목받을 전망이다. 야권의 대선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그 방향을 향하고 있고,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의 거취를 민심 청취 후라고 못 박고 있어 사실상 입당에 부정적, 소극적 입장이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압도적 정권교체’를 강조하면서 “내 페이스대로 간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중도세력을 결집한 후 국민의힘과 합당해 후보를 결정하거나 합당 없이 후보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을 높여준다.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이 19일로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지지율은 다소 하락했지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주간 장모의 실형과 법정구속, 아내 김건희씨의 과거 유흥업소 근무 의혹 등 악재를 잇달아 마주했다. 여기에 각종 미담이 회자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 선언과 동시에 전격적인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한 것이 대비 효과를 가져오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중도로의 확장을 강조한 윤 전 총장의 초반 행보가 안보와 자유시장경제 등 보수층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 확장성을 바랐던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본인 의혹이 아니고 과거에 이미 제기됐던 의혹이자 해명이 이뤄졌다는 점, 윤 전 총장이 "누구도 법 적용에 예외는 없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하면서 이 같은 악재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종 의혹과 이벤트가 휩쓸고 지나갔지만 일단 지지율 방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29.9%, 이재명 경기지사는 26.9%를 기록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윤 전 총장이 26.4%, 이 지사는 25.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조사한 결과는 윤 전 총장이 27.8%, 이 지사는 26.4%를 보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의 지난 12~14일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6%, 윤 전 총장이 20%를 기록했다.

이 지사 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일부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다자 구도나 범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는 윤 전 총장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금의 지지율이 유지한다고 가정한다면 굳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웬만한 리스크는 털어낸 것일 수 있다는 조심스런 평가도 내놓는다. 김 전 위원장은 "(지지율을) 걱정할 필요 없다"며 "윤 전 총장이 현재와 조금 다른 형태로 움직인다면 지지도를 향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여권의 공세가 윤 전 총장에게 집중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노(친노무현) '대모' 격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조국 사태'에 대해 "윤 전 총장 등 검찰주의자들이 지휘권을 가진 상관을, 온 가족을 볼모로 무자비하게 도륙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고,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6일 "정치 야망을 숨기고 있으면서, 자기는 정치를 안 한다고 소명하고 직무배제 효력정지를 받아내 임시처분으로 복귀했다가 본인에게 불리할 만하니까 검찰을 그만두고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친문세력의 구심점인 조 전 장관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야권에서 경쟁하게 될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에 비해 정권과 맞선 전력이나 강도가 약하다. 여권의 주 공격대상이 윤 전 총장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인데, 이것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전 장관 등 친노·친문 세력이 윤 전 총장을 공격하면 할수록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며 "중도보수층이 윤 전 총장에게 결집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독자행보에 대한 의지도 계속해서 읽히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황준국 전 주(駐) 영국대사를 후원회장으로 위촉했다.

황 전 대사는 19일부터 등록신청과 홈페이지 개설 등 후원회 운영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한 후 이달 마지막주부터 후원금 모금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 증명된다면 독자행보가 더 탄력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윤 전 총장은 '윤석열이 듣습니다'란 민심 탐방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제헌절을 맞아 헌법수호 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광주를 방문한 윤 전 총장은 20일 보수의 성지 대구를 방문할 계획이다.

대선에서 캐스팅보트(결정표) 역할을 하는 충청과 외연확장을 위한 호남 방문에 이어 주 지지층이 몰려 있는 영남을 방문하며 대권 행보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정치실험 재현하나

윤 전 총장의 대선행보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정치실험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마크롱은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 밑에서 재정경제부장관을 지내다 ‘앙 마르슈(전진)’라는 조직을 만들어 제3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크롱은 2016년 장관직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그 해 11월 고향인 아미앵에서 ‘앙 마르슈’를 공식 출범시켰다. 전국에서 모인 ‘앙 마르슈’ 자원봉사자들은 마크롱의 대선 승리를 위해 곧바로 시민 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39세 프랑스 ‘청년 대통령’은 그런 인적 물적 기반 위에서 탄생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출마선언문에 현 정권을 ‘이권 카르텔’ ‘국민 약탈정권’이라며 비판하면서 기존 정치세력으로는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이 마크롱과 같은 모델로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치환경이 프랑스와 다르고, 마크롱처럼 대선 출마를 위한 준비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보다 제3의 중도정당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차기 대선에서 케스팅보트를 쥔 중도세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윤 전청장의 전략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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