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검찰총장 부재 이유로 징계 조치 취하지 않을 듯
檢내부 "국민납득 못할 것…원포인트 인사해야" 비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됐다. 현직 중앙지검장이 재판에 넘겨진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기소 후 이 지검장은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사퇴' 등 향후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이 지검장을 당장 직무배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 사건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거듭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피고인 신분이 된 이 지검장을 한직으로 발령 내 수사 업무를 보지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2일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김학이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이 지검장은 기소 후 입장을 내고 "수사과정을 통해 사건 당시 반부패강력부 및 대검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결국 기소에 이르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당시 수사 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또 "향후 재판절차에 성실히 임하여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이 지검장이 향후 거취를 놓고 용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으나, 이 지검장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대신 결백을 강조하며 끝까지 다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이 이 지검장이 기소되더라도 당장 직무배제 시키거나 징계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도 주목된다.  

그는 전날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성윤 지검장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절차와 직무배제 및 징계는 별도의 절차이고 제도"라면서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징계하는 것도 아니고 별개로 감사도 가능하다. 별개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 장관이 이 지검장을 당장 직무배제시키지 않고 오히려 검찰 수사 과정 전반을 감사, 감찰 등의 방식으로 다음 인사 때까지 시간을 끌 것이란 분석을 제기한다.

현재 검찰총장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에, 검사 징계를 대검찰청에서 해야한다는 점을 근거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한동훈 검사장 독직폭행 사건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징계 청구가 됐으나 대검 감찰부에서 징계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대검 감찰부장은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한동수 부장이다.  .

정진웅 차장검사뿐 아니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의 경우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인사 조치 없이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문제가 생기면 해당 검사를 사건 처리할 수 없는 지위에 발령을 내고, 검사 스스로 사직했던 전례를 거론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위와 이 지검장의 혐의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원 포인트 인사'를 통해 기존 업무에서라도 손을 떼게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당연히 배제되는 게 맞다. 그런 분이 지휘책임을 갖고 있는 부서에 있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을 하겠냐"며 "검찰개혁에서 강조하는 게 공정인데, 사법 절차를 규제하는 사람이 사법 절차의 당사자가 된 상황에서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됐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취했던 조치를 비교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의 경우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가 나온 지 나흘 만에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조치가 됐다. 또 '채널A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한동훈 검사장은 기소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 법무연수원으로 발령 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는 검찰의 공정한 법집행을 지휘감독하는 부서인데 책무 자체를 방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도 "행정을 자의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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