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북한·이란 거론하며 "다양한 분야서 중국과 관여"
중국과 북핵 논의 가능성…한국 정부 '중재자 역할' 할 수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이 3일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깆고 있다. Ⓒ외교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이 3일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깆고 있다. Ⓒ외교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문제에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의 입장과 역할이 주목된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를 언급한 뒤 "북한 및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중국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과 북한 이슈를 거론하며 중국과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은 바이든 정부가 비록 중국을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협력할 분야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출범 직후 새로운 대북정책을 예고한 바이든 정부는 최근 외교에 방점을 둔 개략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목표를 제시하면서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 외교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톱다운 방식,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구사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을 거부하고 대북 압박 속에서 관여의 수준을 이전 정부와 달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대북정책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현재 북한 접근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미국, 중국을 제1 타깃…中, 북한의 미국 공격 통해 대미 영향력 확대

북한 전문가나 국제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과 경고 이면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국과 동북아 및 동남아 패권경쟁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앞세워 미국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에 중국 배후설을 의심하는 데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일만에 대북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 할만큼 부실하다. 물론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근본'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바로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퍼부었다. 그것도 대북정책 자체보다는 28일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연설을 문제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 발언은 북한을 겨냥했다기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에 위협적인 일련의 국가들에 대한 대응 원칙을 제시하는 가운데 나왔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중국을 제1의 위협이자 경쟁상대로 규정했으며, 출범과 동시에 대중 견제정책을 본격화했다. 대북정책은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100일이나 돼서야 나왔고, 바이든 정부가 재검토 단계를 설정한 대외분야는 사실상 북한이 유일하다.

다음은 '인권'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는 날,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맹공했다. 인권 문제는 북한에게 가장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중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전 세계는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더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퍠권경쟁과 무역전쟁에 활용하고 있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군사적 위협이나 경제 제재 등 '압박'이 아닌 '외교'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에대해 북한의 노동당이나 외무상이 나서지 않고, 노동일보에서도 다루지 않은 것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쓴소리를 했지만 속내는 격앙될 정도로 미국에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북의 대미 발언은 종래와 다른 모습인데 중국이 관여한 흔적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7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예상되는데 북한의 이번 대미 발언은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즉, 대북정책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을 이전처럼 강하게 압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대북정책에 꺼낸 '중국' 카드…한국 대북 접근 주목  

블링컨 장관이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회적인 언급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등 현안을 해결해가는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인식한 측면이지만 중국과 패권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선 마뜩지 않은 선택이다.

때문에 미국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미북 문제에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북 문제를 전혀 풀지 못하고 있고, 중국과 무역 등 문제로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이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G7 외교·개발장관회의가 열리는 령국 런던에서 만나 회담을 가진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두 장관은 회담 후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와 한반도 문제, 지역·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보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북문제가 회담의 핵심 의제였다고 한다. 이는 정 장관이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미 의회에서 연설도 환영한다"며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친 미국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기쁘다"고 말한데서도 추정된다.

한 정보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한국이 대북 문제를 풀어가는데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모종의 역할'에 대해서는 침묵했지만 '중재자 역할'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이 북핵 등 현안들에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있는 만큼 한국이 대신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의용 장관 귀국 후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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