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총리에 힘 실어주기 직전 있었던 두 가지 사건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여권 대선주자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바라보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마뜩지 않은 모양새다. 재집권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공감하면서도 그 주인공인 이 지사가 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는 기류다. 

이른바 친문 주자로 기대를 모았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김경수 경남지사는 큰 내상을 입은 상황이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와의 경쟁에서 뒤집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제3 주자로 거론되는 추미애 법무장관이나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친문 진영에서는 '뉴 페이스'로 정세균 전 총리를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른 대선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본격 대선행보를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반등 가능성이 있고, 친문이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주자라는 인식에서다.

지난 16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정 전 총리에게 보낸 메시지도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를 맡아 국정 전반을 잘 통할하며 또 내각을 안정적 이끌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정 총리께서 보여주신, 코로나19 종식을 위하여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또 방역 현장에 달려가 불철주야 땀 흘리시는 모습은 현장 중심 행정 모범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총리님이 내각을 떠나는 것은 매우 아쉽지만 이제 자신의 길을 가실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 위해 적임자를 제청해주신 데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대선 경쟁에 돌입할 채비를 하는 정 전 총리의 향후 정치 행보도 응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2월 17일 정 총리를 지명할 때 총리에서 물러나는 이 전 대표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정 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주신 이 총리께 깊이 감사드린다.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 총리님이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

으레 하는 덕담으로 볼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이 정 전 총리에게 전한 메시지는 상황상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15일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그 짓(차별화)은 못 한다”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강성 친문(親文) 당원들의 '문자 폭탄' 논란에 대해선 "절제의 범위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친문 강성 지지층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은 5%에 머물렀다. 한 때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내림세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는 15일 “새롭게 다른 나라들이 개발해 접종하고 있는 백신들을 경기도에서라도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를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코로나 백신 확보가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논란이 제기됐다. 이 지사가 친문과 앙금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태라 더욱 그렇다. 

당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즘 정권 지지율 빠지니까 말한다. 지금까지 ‘문빠’ 눈치 보느라 못 했는데, 국가가 방역에 있어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고, 백신 도입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니 나 이재명이 문재인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소위 충성맹세를 했지만, 지지율이 5%로까지 하락한 이 전 대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로 여권 후보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정부와 각을 세운 이 전 지사. 시간 상 두 가지 사건이 있고 난 뒤 문 대통령은 정 전 총리의 향후 정치 행보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냈다. 

정 전 총리가 사실상 대선 출마의 닻을 올리면서 여당의 대선 경쟁은 당분간 이 지사,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간 3파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대선후보 경선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쥔 친문이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처럼 정 전 총리에 힘을 실어줄 경우 경쟁구도는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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