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美 백악관 왜 삼성전자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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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美 백악관 왜 삼성전자 불렀나?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1.04.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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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반도체 대란 대응 긴급 회의…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노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12일 반도체·자동차 업체들을 초청해 논의를 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2일 반도체·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반도체 부족에 따른 영향, 해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초청 대상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가 언급됐다.

◇미 국가안보보좌관 등 주재, 반도체 긴급 회의

백악관이 긴급회의를 하는 직접적인 배경은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과 맞닿아 있다. 특히 전체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에 들어가는 비메모리반도체 공급 차질이 최근 3~4개월 간 심각해지면서 자동차 부품업체와 같은 관련 산업과 기업으로 확산 중이었다. ‘반도체 품귀→자동차 생산 차질→고용 및 경제 회복 둔화의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도 줄었는데, 지난해 말부터 신차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GM 등 완성차 업체는 일부 생산 라인을 멈춰야 했다.

여기에 예기치 않은 천재지변 등이 핵심 차량용 반도체 생산 시설이 있는 세계 곳곳을 강타하면서 반도체 대란의 기폭제가 됐다.

미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엔엑스피(NXP)·인피니온의 공장은 기록적 한파에 따른 전력 차단과 수도관 동파 탓에 지난 2~3월 가동을 멈추는 등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일본 미야자키현에 발생한 화재로 아사히 카세이 공장이 멈췄고, 올해 1월엔 지진 탓에 일본 아라바키현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공장이 멈췄다.

세계 최대 비메모리반도체 생산 회사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도 지난 2~3월 가뭄에 따른 물부족을 호소하며 생산 감축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주요 기업 중 생산 차질을 피해간 곳은 거의 없다.

또한 우연이 촉발한 공급 부족은 최소 수개월 더 걸린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반도체는 생산이 일시 멈추게 될 경우 원재료 상당부분을 폐기해야할 뿐만 아니라 팹(fab)을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한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천재지변 등으로 타격을 입은 반도체 공장들이 정상 수준의 생산력까지 회복하는 데 최소 2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증설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 삼성전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증설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 =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대란 속 공급망 주도권 노리나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반도체 공급 긴급 간담회를 여는 것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 부족 와중에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나선 측면이 크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전 행정부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경제 영역 만큼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율주행·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의 씨앗이 될 비메모리반도체의 자국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계획 속에 긴급 회의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 등을 약속하며 자국내 반도체 공급 시설을 확충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긴급회의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다는 점은 그러한 추정에 설득력을 싣는다. 미국의 안보 정책을 설계하는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작금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국가 안보' 이슈로 간주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 외신들은 “반도체 공급망 사슬을 집중 검토하면서 취약점을 찾는 게 이번 회의의 핵심”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실제 이 회의에 앞서 미 정부는 은밀하게 여러 가상 시나리오를 토대로 공급망 사슬의 취약점을 살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31일 미 정부가 공개한 ‘인프라 투자 계획’에 따르면 미 정부와 민간이 경기 부양과 고용 회복을 위해 미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2조2000억달러의 투자에 나선다. 이 계획의 한 축은 ‘제조업 및 연구개발 투자’로 여기에 ‘반도체 제조와 연구 지원’ 부문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런 계획이 현실화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함께 반도체 산업에 대규 모 투자를 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반도체 굴기' 의지를 엿볼 수 잇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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