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유감 표명 사례…연락사무소 폭파·황강댐 무단 방류
"과도한 비난 등에 대해 당당하게 입장을 밝힐 필요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청와대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청와대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북한이 우리정부를 향해 '말폭탄'을 이어가는 상황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정부가 변화조짐을 보여 향후 대북 문제 대응 태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통일부는 지난 3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하기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임을 밝혔다.

통일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밝혀진 후 청와대 관계자들도 추후 "유감이다"라면서 "북한도 대화에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대북 문제를 담당해 온 통일부는 북한의 까칠한 대남 비난 발언에도 크게 대응을 해오지 않았다. 남북 간의 대화나 교류를 직접적으로 해야하는 주무 부처로서 불필요한 대응으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관계 복원에 중점을 둬온 현 정부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강했다.

이를테면 지난해 10월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리경주'라는 개인 필명의 기사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언급하며 "얼마 전 남조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하여 구접스럽게 놀아댔다"면서 "최근 삐걱거리는 한미 동맹 불화설로 심기가 불편해진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을 다 부리였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부처 차원에서의 대응을 자제하며 "언급할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의 경우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명했다는 점, 표현이 저속했다는 점, 비난 주체가 북한의 주요 인사인 김여정 부부장이라는 점 등이 고려돼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반응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부 내에서 통일부가 북한을 향해 '유감'을 표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우선 지난해 6월 16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통일부는 즉각적으로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라며 "북한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그 다음날이 6월17일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지역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북한이 황강댐 물을 무단으로 방류한 것에 통일부는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인영 장관은 당시 "최근 일방적인 방류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북측도 집중호우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방류조치를 취할 때는 사전 통보했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번 김여정 담화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북한이 향후 일정 수위를 넘는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해서는 그에 맞게 대응 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통일부 당국자는 "향후 북한 태도를 포함한 (한반도)정세를 차분하게 주시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긴장이 조성돼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향후 우리 정부의 대북 문제 대응 태도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과도한 '저자세'보다는 일정 수준에서의 반응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우리 정부를 현재 대화의 상대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북한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보다는 과도한 비난 등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입장을 밝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현 정부 막바지 또는 다음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우리 정부가 끝까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북한 관여의 틀을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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