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질서있게 논의" 지시에 중수청 입법 속도 조절
수사권조정에 LH수사 檢 배제…수사차질 우려에 자극 자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화상으로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화상으로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가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구현할 중수청 입법과 검·경 협력의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 방향을 못박으면서도 "검찰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하면서,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질서있게 논의하라"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수사개혁 방향에 대해 검찰 구성원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을 두고 사실상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을 자극하지 않고 개혁 안착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민주당 강경파가 목소리를 높인 수사·기소 분리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찾아 부동산투기 수사전담팀 수사검사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에 관한  내용과 함께 수사와 기소 분리 관련 언급도 일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공판부 기능 강화에 대해 좀 당부했다"고만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구현할 중수청 입법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의 중수청 신설 추진에 반대하며 지난 4일 전격 사퇴하면서 검찰 내부가 크게 동요하고 있는데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민적 공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4·7 재보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LH 사건이 터지며 난감해진 당정청이 서둘러 '발본색원'을 약속한 만큼, 검경 협력을 완수해야 하는 법무부 수장이 검찰과 각을 세우기는 힘든 형편이다. 여권이 밀어붙인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이번 사건 직접수사에서 배제되며 초기 수사 미비 우려가 나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법무부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협력 가능성이 첫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검찰 측을 자극하는 중수청이 아닌 검경 협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도 중수청에 대해 직접 언급을 자제했으며, "국회와 검찰 등 유관기관과 충분히 소통해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할 '뇌관'은 또 있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행사 여부다.

박 장관이 이번주 내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차기 총장 인선을 두고 법-검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친정권 성향 인사가 유력해질 경우 검찰 내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또한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이뤄질 경우에도 '추미애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측근 관련 수사를 막고 있다고 판단,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 총장을 지휘라인에서 배제한 바 있다. 

LH사태로 인한 여론 악화로 4·7 재보선에 빨간불이 켜진 여권과 검경 수사권 문제로 법무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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