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단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
"서발법은 의료민영화법…서비스업 민영화 공공성 약화, 국민 피해"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참여연대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참여연대

[편집자주] 우리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탈산업 사회와 디지털 자본주의가 강화시키는 불평등은 고착화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가와 시장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왔으나 불확실성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문제해결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공동체와 시민사회 영역이 국가와 시장으로 기울어졌던 사회의 균형을 회복시킨다고 말한다. 동시에 국가 뒤에서 소극적 위치에 머물렀던 시민권력과 시민사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시대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 시민과 역동적 시민사회가 요구된다. 기획 <시민, 세상을 바꾸다> 는 그러한 개인과 시민사회를 주체로 세우는 작업이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을 놓고 국회와 시민단체가 또다시 맞서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공청회를 추진하려는 가운데 참여연대와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는 국회 앞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의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0년째 국회서 공전한 '서발법', 반대하던 민주당 밀어붙여

서발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담은 모법(母法)이다. 유통, 의료, 관광, 교육 등 7개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 및 제도 개선과 자금, 인력, 기술, 조세 감면 등의 지원 근거를 담았다.

서발법은 2012년 7월, 홍남기 당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이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고용 창출 및 내수 산업 파급 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의료 민영화를 하려는 악법”이라며 처리에 반대하면서 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이후 19·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21대 들어서는 과반 이상 의석을 가진 여당인 민주당이 통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규제혁신추진단'을 구성하고, 김태년 원내대표가 서발법 처리를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서발법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양대 노총, 참여연대 "서발법 공공성 침해…ㅖ지해야"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서발법이 통과되면 공공서비스산업을 통해 이익을 내는 것과 동시에, 서비스요금 인상 및 서비스 질 저하, 노동자의 해고 등 고용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의료, 공공서비스, 교육 등은 국민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부문으로 공공성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확충해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는 서발법을 통해 공공부문의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에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다며, 이는 공공성의 침해로 곧 국민의 권리 침해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위기 속 공공의료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시기에 거대양당이 거꾸로 기업에 사회공공영역을 통째로 넘겨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강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어 “서발법은 명백한 의료민영화법”이라며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3~4개 법을 제외하고도 50여개의 보건의료 관련 법이 서발법 적용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가령 영리자회사를 만드는 통로인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의료기기·줄기세포 평가규제를 완화하는 혁신의료기기법과 첨단재생의료법, 해외환자유치를 빌미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의료해외진출법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보건의료 외(外) 다른 법률과 지침을 활용해서도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 영리병원 설립근거인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추진근거인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민간보험활성화를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등이 기재부 손에서 활용될 수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서발법은 농림어업,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기재부가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전권을 휘둘러 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는 미명하에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전기·가스·수도, 철도·화물, 운수, 언론, 우편, 정보통신 등이 모두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발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손쉽게 이용이 불가피한 필수서비스를 이윤추구 대상으로 삼아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대다수 평범한 이들은 서비스요금의 인상과 질 저하, 노동자의 해고와 고용불안정의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김태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진정한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저평가된 서비스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숙련 향상을 위한 고용안정과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1처장은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필수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기는커녕, 국회와 정부가 의료 영리화와 필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를 추진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공공부문의 영리화를 부추기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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