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개성공단기업협회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멈춰선지가 올해로 5년째가 된다.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강행에 대한 대응조치의 하나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은 2004년 2만8000평의 첫 시범단지 준공 이후 100만평의 단지에 123개의 기업이 입주해 가동됐으나 12년 만에 문을 닫게 돼 오늘에 이르렀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퐤쇄 직전인 2015년 12월말 기준 125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고, 북측 근로자는 약 5만5000여명에 달했다.

개성공단은 2005년 3월 첫 가동 이후 2015년 12월말까지 누적 생산액이 32억3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6년 10월 가동이 중단되면서 입주 기업의 피해가 급증했고, 피해지원 규모는 5779억원이었다. 

개성공단 퍠쇄로 입주 기업들은 직접 피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분단이 가져다주는 비극을 실감하게 됐다.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개성공단기업협회(회장 정기섭)는 개성공단 중단 5년을 맞아 정부에 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부당하게 입은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정기섭 회장은 지난 3월 제8대 회장으로 재선임되면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다. 정 회장은 협회 수석 부회장과 개성공업지구 책임자회의 회장을 지냈고 6대 회장(2014년 3월~2017년 4월) 재직시 개성공단이 멈춰서는 일을 겪었다.

"계획이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공단이 중단됐다. 머지 않아 재가동 될 줄 알았는데 무려 5년 이란 시간이 흘렀다. "

정 회장은 정부가 개성공단의 폐쇄를 결정한 뒤 3년 동안 여덟차례에 걸쳐 공단 방문을 신청했지만 매번 무산됐다고 말한다. 박근혜 정부가 3차례 ‘불허’를, 문재인 정부가 2019년 5월 다섯번째 ‘승인 유보’ 결정을 내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이 인사청문회에서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정 회장은 “6대 회장으로 취임했을 2014년 당시에는 개성공단 문제가 비핵화로 인한 국제적인 재제와는 무관한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공단 재개 결정이 남북에 달려 있는 상황이 아니다. UN의 제재에서 예외가 되든 면제가 되든 하지 않으면 재개가 어렵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 대한 개성공단 기업들의 실망감이 매우 컸다고 말한다. 정 회장은 “기업들이 회담에 거는 기대가 많았기에 실망도 컸다. 상당수 기업들이 공단이 재개될 거란 희망을 강하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도 컸다"며 "개성공단이 아닌 지역에서 같은 사업을 지속하다보니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네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가동 중단이 길어지다보니 휴폐업 상태다. 회사는 최소인원으로 존재하지만 그전에 국내에서 50명 고용을 한 업체라면 지금은 5~6명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회사 간판만 유지하고있는 회사가 30%정도 된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경우 베트남에만도 한 30여군데가 나갔지만 사전 계획없이 해외에 나가다보니 70~80%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회장은 기업들이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기에 UN제재에 저촉되지 않는선에서 정부가 최대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때론 미국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개성공단의 필요성에 대해정부가 적극 나서 이야기해달라는 것이다.

개성공단기업인들이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재개를 촉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개성공단기업인들이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재개를 촉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정 회장은 방북이 허가되지 않는 이유를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정 회장은 "제재위반 사안이 아닌 것조차 우리 정부가 미국 행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뼈아프다"며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지만 100%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미국과 대화할 때 우리가 처한 상황과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주권국가이고,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의류제조업체 에스엔지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개성에 놓고 온 기계를 언급하며 "북측 사람들이 전기가 안 들어오는 상태에서나마 정기적으로 공장에 비가 새진 않는지, 기계가 녹슬진 않았는지 살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신의 개성공단 경험을 토대로 북에서는 처음 노동자들이 적대적이고 경계도 많이하고 불신했지만, 한 일터에서 생활하고 일하다보니 그런 것들이 점차 해소되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깊이하고 정도 드는 사이가 됐다고 말한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은 서로 적대시하던 남과 북 사람들끼리 이해하고 이해의 폭을 넓게 하고 나중에 서로가 생각의 차이까지도 극복할수있는 모델이 됐다"며 "우리는 그것을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경영이 쉽지 않은데 개성공단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북한은 물론, 한국도 한번 더 도약할수있는 기회를 남북 경협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 정부에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측에 대해선 "개성공단은 민족 단결의 정신이 서린 곳이므로 북측도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면서 "개성기업인들의 사업 의지가 꺾여서 안 되므로 북측의 대승적 판단을 호소한다"라고 촉구했다.

정 회장은 정부가 책임성있게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회장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꼭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온 국민 앞에 밝혀주던지 그게 아니면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당하게 입은 피해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을 하겠다던지 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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