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앞두고 이달 안에 최종 후보 1인 결론 내야
차기 회장 후보 법률 리스크 부담, 코로나19 비상상황도 변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금융 제공)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금융 제공)

하나금융지주가 김정태 회장의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고민에 휩싸여 있다.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최소 2주 전에 최종 회장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이 대거 법률적 리스크를 안고 있거나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시대에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때문에 하나금융지주 안팎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1년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이 더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터라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하나금융지주 최종 회장후보는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 추천위원회(회추위)를 통해 결정된다. 차기회장 선임 일정을 고려할 때 2월 말까지 이사회 논의를 거쳐 최종후보 1명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추위는 윤성복 이사회 의장(한국공인회계사회 심의위원장),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백태승 연세대 교수, 김홍진 전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양동훈 동국대 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차기 회장 후보군과 리스크 딜레마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는 김정태 현 회장을 비롯해 3인의 부회장 및 자회사 CEO들과 외부 출신 등 2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이진국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 지성규 하나은행장,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이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함영주 부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 하나금융지주 경영관리부문 부회장을 거치며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하나은행장 시절 발생한 채용비리 관련한 사건과 관련한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며 금융당국에서 파생상품 손실사태와 관련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도 받았다.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으면 수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지만 함 부회장은 현재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함 부회장이 회장후보에 오른다면 하나금융지주가 금융당국과 관계 악화를 우려되고, 다음 회장으로 선택된 뒤 ‘경영공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투자 출신인 이진국 부회장은 2016년 김정태 회장에 의해 하나금투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뒤 초고속 성장을 이끌었고,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3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선행매매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이 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부회장은 3일 입장문을 통해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로서 챙겨야 하는 각종 회의 및 행사 등 주요 현안들이 있어 직원에게 해당 계좌를 맡기게 되었을 뿐 금감원에서 제기한 혐의와 관련된 매매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선행매매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왼쪽)과 이진국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왼쪽)과 이진국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향후 제재 및 법률 리스크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작년 1월 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3인의 부행장 중 한명인 이은형 부회장은 하나금융 글로벌부문 부사장을 거쳐 중국민생투자그룹 부회장을 지내던 중 하나금융에 재영입됐다. 이 부회장은 법률 리스크는 없으나 1974년생으로 회장을 맡기에는 아직 젊다는 평이다.

◇김정태 회장 연임 가능성…'넘어야 할 산' 변수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유력 후보들이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거나 법률적 위험을 안게 된데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안정적 리더십을 보인 김정태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 등 은행과 증권 분야를 거치면서 뛰어난 영업실적을 거뒀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으로 201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된 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하나금융투자 자본확충, 더케이손해보험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하나금융지주의 성장기반을 다졌다. 글로벌부문과 핀테크 등 디지털금융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고, 직원들과 서슴없이 소통하며,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는 ‘영업의 달인’으로 불린다.

하지만 김 회장은 2018년 3연임에 성공한 뒤 4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터라 과연 연임을 수용할지 불투명하다. 여기에 4연임에 대한 부담과 하나금융 내부 규정상 만 70세가 되는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1년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점도 김 회장의 선택을 고민스럽게 한다.

다만 최근 차기 회장 후보군이 잇따라 법률 리스크에 직면해 있고 코로나19 상황에서 회사 안정을 위해 김 회장의 재신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에 대한 의결권이 있는 외국계 기관들이 법률 리스크가 있는 CEO에 반대하는 기류가 크다는 점도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유력 후보군의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년간 김 회장이 재신임을 받아 회장직 수행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월 말을 보름 남겨둔 하나금융 회추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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