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대북 대화보다 동맹 중시…'통미봉남' 어려워질 듯
남북관계 개선 조치 나설 수도…다음 대남 메시지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동맹 강화'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냉온탕을 오가던 북한의 대남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1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46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아닌 동맹과의 관계 강화를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는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앞으로 북한을 직접 상대하기보다 동맹국과의 협의를 중시하면서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대북 관련 우리 정부의 역할 공간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벌써 나오고 있다. 당장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와 새 전략 수립 과정에서부터 우리 정부와의 밀접한 협의가 예상된다.

북한 입장에서 이 같은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는 대외 전략을 수정해야 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핵 문제는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협상한다는 기존의 '통미봉남' 전략은 사실상 어렵게 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번 취임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도 북한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에 대북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진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미국을 직접 상대하기 어렵게 된 만큼 북한도 선남후미(한국과 먼저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과 협상)로 전략을 수정하고 우리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남측과의 대화를 통한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연합 훈련 중단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북한의 대남 태도는 지난해 혼전 양상의 미국 대선 국면을 맞아 여러 차례 급변했다.

지난해 6월에는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지만 9월 들어 정상 간 친서를 교환하며 상황 관리에 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북측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 '대남 총괄' 김여정 당 부부장이 6개월 만에 다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겨냥해 비난 담화를 내고 냉랭한 태도를 이어갔다. 김 부부장은 지난 13일에도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이 당 대회 기념 열병식을 정밀 추적했다며 맹비난했다.

8차 당 대회에서는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을 두고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3년 전 봄날'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만약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입장을 '북한과 거리두기'로 해석한다면 북미 대화에 앞서 남측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자연스레 다소 적대적이었던 대남 태도 역시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선전매체를 통해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이나 금강산관광지구 독자 개발 문제에 대한 호의적인 메시지를 낼 수도 있고 전향적으로 지난해 단절한 남북간 연락 채널 복원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에 나설 수도 있다. 당 내 지위의 하락에도 여전히 대남 총괄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김여정 부부장의 다음 대남 담화의 기조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상연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