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텀업·단계적 접근 표현한 듯…북미합의 계승 관건
정부 당국자 "외교적 접근, 인도적 지원 문제 고려…좋은 출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한 가운데 추후 어떠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접근법 및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토 대상으로는 "미국이 어떤 선택지를 갖고 있는지, 북한에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데 유효할지, 다른 외교적 접근이 가능할지 등"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임을 시사하며 "북한과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우리는 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면도 동등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지명자의 '전면 재검토'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대북 접근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핵 문제를 트럼프 식의 톱다운(하향식)보다는 실무중심의 '바텀업'(상향식) 또는 '단계적' 접근으로 풀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블링컨 지명자가 기존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이룬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할지 여부다.

블링컨 지명자는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해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계별로 북한의 양보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이른바 '이란식 해법'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북미 양 정상의 신뢰를 다졌다는 측면과 비핵화 입구로서의 싱가포르 합의는 존중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북측에 매우 까다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기자회견에서 2018년 북미정상의 싱가포르 합의를 "훌륭한 합의"라고 표현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계승하기를 희망했다.

한편 이날 블링컨 지명자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정치적 또는 군사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도적 사안'은 대북 지원 또는 남북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추후 한미가 함께 북미,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정책의 보조를 맞춰 가는 데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블링컨 지명자의 청문회에 이어 20일(현지시간) 이어질 바이든 후보자 취임 연설에서 추가적인 대북 메시지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구체적으로 '북한' '북핵'이 언급되지는 않더라도 포괄적인 핵안보 관련 공약이 언급될 확률이 크다.

바이든 후보자는 핵 비확산(NPT) 체제 강화,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재협상, 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핵군축체제를 재조정해 국제 사회의 핵무기 국제질서를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 신행정부 출범 초기 메시지를 북한이 어떻게 읽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1월 미국 대선 이후 관련 보도나 언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달 초 개최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며 미국을 향해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강대강 선대선' 전략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는 미 대륙을 사정권에 둔 전략유도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은 등장시키지 않는 등 미국을 향해 수위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은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추후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은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며 '공'을 미국에게 넘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날 정부 당국자는 이번 블링컨 지명자의 발언과 관련 "압박 뿐만 아니라 '외교적 접근'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점, '인도주의적' 문제를 언급한 점 등을 볼 때,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추후 미국 신행정부와 북한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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