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석 달여 앞두고 '安吳羅' 유력 세 후보 단일화 관심 집중
특정 인물 언급無 김종인 "당 후보 내는 게 임무"…"단일화 자체가 흥행 이슈" 반론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석달여 앞두고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불이 붙으면서 미스트롯 방식의 경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국민의힘의 당초 기대가 빠르게 식고 있다. 

다수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면서 흥행몰이를 하는 방식으로 기대했으나 유력 후보에 관심이 집중돼 군소후보들은 존재감을 잃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세 명중 한 명이 보수 야권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흥행 포인트는 세 사람 간 극적인 단일화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느냐. 

9일 국민의힘 소속 인사 중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오 전 시장을 포함해 △이혜훈 전 의원 △이종구 전 의원 △김선동 전 의원 △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등 총 9명이다.

오 전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공약을 제시하며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인물은 자신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백신과 부동산 문제, 아동학대 등 굵직한 현안이 생길 때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그들의 노력에도 대중의 관심은 온통 안 대표와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 간 후보 단일화에만 집중되는 상황이다. 세 사람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전직 서울시장 등을 거치며 인지도 측면에서 출사표를 던진 8명의 국민의힘 인사들을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그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보궐선거에서는 인물 선거가 중심이 되면서 서울시장 지지도 조사에서 세 사람이 선두권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명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인 '미스트롯' 방식으로 경선을 치러 전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겠다는 당초 국민의힘 구상은 이미 무산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출마자들의 느끼는 소외감이 작지 않아 보인다.

한 출마자는 통화에서 "예상은 했지만 지금은 열심히 준비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지 않은가"라며 "선거 승리가 제일 중요하고 그에 따른 당의 입장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안철수 대표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 후보 단일화에만 쏠린 관심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다른 출마자는 "(세 사람만 거론되는 현상에 대해) 이해하고 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며 "경선이 조금 일찍 시작돼 정말 우리가 서울시민 앞에 국민 앞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것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특정 인물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당 대표로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은연 중에라도 특정 인물을 염두한 듯한 발언이나 설 등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후보 단일화나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 안 대표 등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관심이 없다"며 "나는 국민의힘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것이 책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선거 승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이 제1야당인데 안 대표를 너무 염두에 두는 듯한 행보는 좋지 않다"며 "저는 국민의힘이 단일화나 합당 없이 자당 후보를 내고 선거에 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져도 원칙 있게 져야 대선, 그다음 선거 등에서 진정성이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 사람의 단일화 과정 자체가 관심거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종식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거는 역시 지지율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여야 후보군을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다.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가상 대결에서 접전을 펼친다. 이번 보궐선거의 성격이 정부여당 심판론으로 흘러가면서 단일화만 이뤄진다면 승산 가능성도 큰 것이 사실이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단일화 없이 원칙 있는 패배를 하자고 하는 것은 지금의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는 판단"이라며 "합당과 후보 단일화 문제가 단번에 정리되지 않고 계속 이슈화되는 자체가 보수야권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고, 추후 극적인 타결을 이룬다면 폭발력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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