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감찰지시에 사표…김종빈 장관 수사지휘 거부·사퇴
임기제 도입 뒤 8명만 임기 완수…'정권 갈등' 자진사퇴 多

법무부 검찰징계위원회(징계위)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검찰총장을 징계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윤 총장 이전 역대 검찰총장들이 겪었던 '수난사'에도 이목이 쏠린다.

검찰총장의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21명의 검찰총장이 임명됐지만, 이들 중 임기를 무사히 마친 것은 8명뿐이다. 권력층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협해왔던 과거를 반성하며 도입된 제도였지만, 도입 이후에도 사실상 많은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수난을 겪은 것이다.

이중 김두희 전 장관(24대)과 김태정 장관(28대)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하며 총장직을 내려놓았다. 나머지 11명은 자진사퇴다. 대부분 본인이나 일가 비위 연루가 이유였지만, 검찰 수사를 총괄하는 검찰총장과 권력층과의 마찰이 자진사퇴의 실질적인 배경이 됐던 사례도 다수 있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혼외자 의혹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우선 거론된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이 박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댓글 부대를 이용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그러던 중 사생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했지만, 채 전 총장은 실제 감찰이 이뤄지기 전 사표를 제출했다. 채 전 총장은 추후 여러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 수사하라는 것이었는데 눈치가 없었다"는 취지로 여담을 전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재임한 박종철 전 검찰총장(25대)은 당시 여권 인사가 촉발한 '슬롯머신 사건'을 이끌며 권력층과 마찰을 빚게 됐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나오자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관련 비위는 없었지만 정부와의 마찰 끝에 스스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며 수난사에 이름을 올린 이들도 있었다.

김각영 전 검찰총장(32대)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검찰 지휘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자 즉각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총장은 퇴임사에서 "새 정부가 파격인사라는 이름 하에 서둘러 기준 없는 인사를 벌이고 있다"며 작심 비판을 내놨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34대)은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양대 명예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면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지휘를 거부하고 물러났다.

검찰총장의 임기보장이 이뤄지기 전에도 정권과의 대립 끝에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한 경우도 있었다.

전두환 정부 당시 허형구 전 검찰총장은 저질연탄 공급업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는데, 정부 실세와 친분이 있는 업자들이 '경제 실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정을 넣으며 옷을 벗게 됐다.

다만 역대 검찰총장들의 '수난'은 표면적으로나마 자의로 이뤄졌던 일이다. 역대 검찰총장 중 채 전 총장은 본인 사생활 의혹으로 감찰을 받을 위기에 처했으나 감찰 전 자진사퇴했다. 윤 총장은 앞서 여권 관계자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를 다수 이끌며 정부 여당과 갈등을 빚어왔고, 결국 추 장관의 징계 청구로 이날 '정직 2개월'이라는 결과에 이르렀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추임 직후부터 약 1년 간 인사권부터 감찰권, 지휘감독권을 적극 행사하며 윤 총장을 견제해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인사 의견청취부터 한명숙 총리 사건 위증교사 의혹 배당 문제,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윤 총장 배제 등 다수 사안에서 갈등을 지속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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