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에서 사라진 '미국'
침묵 속 전략 구상에 박차…표출은 내년 초 예상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는 것 같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사실상 결정이 됐음에도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3일 미국 대선 투표가 시작됐고 여파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는 굳어진 상황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불복'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북한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일까. 2016년 대선이 끝난 직후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전략적 인내)이 '실패'로 끝났다면서 미국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이후 북미는 '핵 단추' 엄포를 주고받은 뒤 대화에 나섰다. 전례 없는 수준의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이렇듯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북한의 이 침묵이 왜인지 계속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올해 '정면 돌파전'을 수행하며 자력갱생의 길로 들어섰다. 자력갱생은 외부의 도움 없이 살아보겠다는 뜻이다. 진심일까?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의문의 답을 알아내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됐다.

자력갱생 의지가 진심일까? 최소한 북한은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정면 돌파전을 주창하기 이전, 2019년에 북한은 미국에 '연말'까지 적절한 안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후 이어진 것이 자력갱생의 국면이다.

그러니까 북한은 지금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때는 미국이 북한을 향해 '제스처(몸짓)'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을 오래 살펴본 한 전문가는 그들이 외부에 먼저 손짓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견한다. 오히려 외부에서 자신들에게 먼저 손을 흔들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북한이 먼저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고 나선 적이 있던가?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 적은 많다. 같은 얘기인 것도 같지만, 실은 주어가 달라지는 큰 차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에서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거의 없다. 그 누구보다 '딜'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결과에는 인색했다. 

대선 불복, 트위터 해임 등 별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금의 트럼프의 모습을 보면서, 북한은 '건설적이지 못한 대화였다'라는 판단을 굳힐 것 같다. 

전례 없이 대화에 나섰는데, 얻은 것이 별로 없으니 다시 움직이는 데 망설여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게임처럼 바이든의 머리 위에 '대화'의 능력치가 매겨지고, 매겨진 숫자만큼 발휘가 된다면 좋겠지만 사람의 일은 그렇지 않으니 섣부를 수 없다.

어차피 시간은 벌어 놓은 상태다. 북한은 내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열 때까지 대외 행보에 나서지 않을 요량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식 출범해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북한보다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부상 등 고위급 인력이 머리를 맞대고 향후 대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 내용이다.

상황을 보고, 내부 결속을 하고, 미국의 메시지를 본 뒤 북한이 나설지, 아니면 극적인 형태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아직 알 수 없다. 

핵과 미사일이 대화를 위한 포석이라면 굳이 실험, 발사할 필요도 없다. 이미 다 보여 줬다. 북한도 이를 잘 알 것이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노하우와 인지가 있는 정당이다. 그리고 바이든은 상원의 외교위원장, 부통령, 이제 대통령을 눈앞에 둔 노장이다. 북한이 '섣부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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