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사익 추구 없어…준법경영 반드시 실천"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효성 조현준 회장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3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조 회장이 거액의 손실을 입게 되자 이를 계열사에 전가시키는 과정에서 이뤄진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자신의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상장이 무산돼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그 대금 마련을 위해 GE에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하게 해 17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았다. 

조 회장은 또한 개인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38점을 효성의 '아트펀드'에 비싸게 사들이게 해 12억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등에서 근무하지 않은 측근에게 16억여원의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있다.

지난해 9월 1심은 허위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를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아트펀드 관련 배임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12억원이라는 액수는 인정하지 않았고, 혐의액이 가장 큰 179억원의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는 없다고 보고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이에 검찰과 조 회장 측은 모두 1심 판결해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이미 거액을 횡령했고 현재 250억원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으로 재판 중이며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회사에 전가한 의혹도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중형을 선고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조 회장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사법부의 경고를 수차례 무시했고, 현재도 효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어 재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사업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등 희생한 것인데, 마치 개인의 사익(私益)을 추구한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관련 배임 의혹에 대해 "당시 가장 유망한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에서 성과를 못 내 조 회장 본인의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라며 "하지만 GE를 통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아트펀드 관련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조 회장은 구입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가격 산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위 급여 관련 횡령 의혹에 대해선 "급여를 불법으로 영득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 측은 이번 사건이 실질적인 피해가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GE 투자자금은 생산설비 확충에 전부 사용됐고 아트펀드는 당시 환율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하게 미술품을 샀으며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은 신규사업을 통해 영업이익이 증대됐다"며 "신사업을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오해없이 봐달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사랑하는 효성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게 돼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과 관련해 "얼마 전 암이 재발해 세번째 수술을 받고 힘겹게 투병 중인 아버님께서 오히려 제 재판 걱정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 볼 때며 정말이지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준법·정도경영을 반드시 실천해 다시는 사회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90%가 해외 업무인 효성그룹은 해외 현지에서 제가 직접 손님을 모시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이 너무나 많다, 제게 기회를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5일 오후 2시10분 선고공판을 열고 조 회장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이상연 기자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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