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있는 딸 때문에 함구했을 가능성…남북관계 교착도 '부담'
황장엽 前 노동당 비서 이후 20여년만의 최고위급 인사 망명

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2년여 만에 한국으로 입국한 것이 확인되며, 정보 당국이 이례적 수준으로 망명 사실을 숨긴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안전 및 남북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6일) JTBC는 지난 2018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로마에서 잠적해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입국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보호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15개월여 만에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 확인되며 정보 당국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그의 망명을 숨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정원은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국회 보고에서도 조 전 대사대리의 소재에 대해 함구했다. 정보 당국이 의도적으로 소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조 전 대사대리가 고위급 인사의 망명인데다 신변 안전 문제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6년 탈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보다 더 고위급 인사에 해당한다. 대사급 인사가 한국으로 망명한 것은 처음이다.

또한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북한 내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 문제로 인해 함구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남겨진 탈북자 가족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처벌하는 등 탈북자 감시에 상당히 민감하다.

태영호 의원은 7일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경우 탈북한 외교관들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대우나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며 "'변절자·배신자'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북에 두고 온 자식들과 일가친척들의 안위를 생각해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조성길이 만약 대한민국에 와 있다면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 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 전 대사대리가 망명했던 지난해 7월 남북관계 상황이 교착상태였던 점을 감안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국내 체류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공방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시점을 보았을 때 한창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때였으니 (공개하기에는)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라며 "조 전 대사대리 역시 (망명을) 비공개로 선택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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