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정면충돌에 임기내내 파열음…檢개혁 강공책
개혁 성과속 檢 정치예속화·공정성 시비·편향인사 비판

"검찰개혁의 요체는 국민이 안심하는 것,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12월9일, 후보자 지명을 받고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위임받은 권한을 상호 존중한다"고 밝혔으며,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검찰의) 과잉수사나 부실수사"를 지적하며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헌법·법령에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검찰을 지휘·감독하겠다고도 밝혔다.

3일 추 장관이 취임한 지 만 9개월이 지났다. 그렇다면 추 장관의 9개월은 과연 '국민을 안심'시키며 '총장과 상호 존중'하고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올라갔을까. 검찰개혁의 두 가지 목적, 검찰 권력 분산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달성했을까. 

◇1~3월, 검찰 인사·직제개편 강공책…파워게임 예고편

추 장관은 취임 첫 검찰인사를 통해 윤 총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대검찰청 지휘라인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사실상 전원 물갈이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하던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을 전원 교체했다. 

검찰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이른바 '빅4'에는 모두 호남 출신 인사들을 앉혔다. 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위해 인지수사를 전담한 부서를 일부 폐지 혹은 전환하는 등 기습적인 직제개편안도 단행했다.

추 장관이 취임 초기 보여준 '윤석열 라인 해체', '호남 인사 우대', '검찰 직접수사 축소' 등 운영 방침은 약간의 변경은 있었지만 큰 틀에서의 기조는 지금까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모든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부작용과 잡음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큰 부작용은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급격히 힘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인사를 통해 간부를 좌천시키고 수사팀을 해체시키면, 수사를 맡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추 장관을 대리해 윤 총장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기소 과정에서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을 거치지 않고 추 장관에 직접 보고를 해서 불거진 '패싱' 논란은 그 시작이었다. 추 장관은 수많은 사건 중 굳이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 결정하는 것으로 정권 수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n번방'과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자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은 일시적으로 잦아들었다. 다만 추 장관은 'n번방'과 '코로나19'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검토' '신천지 압수수색' 등 일종의 수사 방향을 제시했는데, 이러한 행보와 불거진 논란은 정치적인 수사를 둘러싸고 벌어질 두 사람의 기나긴 '파워게임'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검찰 수사뿐 아니라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파워게임' 양상은 계속됐다. 가뜩이나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던 검찰 조직을 더욱 정치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4~6월, 장관 권한 적극 발휘…거친 발언에 檢 이슈 '정쟁화'

추 장관이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한 법무부장관으로서의 권한을 본격적으로 발휘한 시기다. 4월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채널A 사건)이, 5월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 요청이 제기되면서다. 추 장관은 두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한 전 대표 동료 재소자들이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폭로가 이어지자 여권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그러던 중 윤 총장이 관련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한 것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불만을 드러내자 추 장관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정조치를 시사했다.

대검이 움직이지 않고 여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추 장관은 6월 말 15년 만에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발동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한 전 대표의 동료수감자 한모씨의 진정사건을 대검 감찰부에 직접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더불어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 기자가 신청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받아들이고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검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자 추 장관은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카드는 꺼내들었다. 공식석상에서 윤 총장을 겨냥한 '날 선'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추 장관은 '법의날' 행사 축사, 민주당 초선의원 강연 등에서 '법 기술을 부린다' '장관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거나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 '정권 봐주기, 정권 코드수사' '스스로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 등 비판을 넘어 비난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거친 언사로 갈등의 수위를 높였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법무부와 검찰 간 잡음이 내부에서 조율되지 않고 외부로 터져 나와 정치 쟁점화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정치권력이 검찰 수사에 개입해 공정성과 중립성이 무너진다는 지적과 함께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위법'이란 비판도 나왔다. 

추 장관은 이 모든 과정을 '개혁'이라 규정했다. 추 장관은 "개혁을 위해서라면 저 한 사람 희생 당하는 건 두렵지 않다"거나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는 법무부 위상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검찰개혁의 동력을 상실시키려는 노력"이라며 깎아내렸다.

◇7~9월, 검언유착 의혹 수사지휘권 발동…상처 多, 성과 無

7월2일, 추 장관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라 지휘했다. 

윤 총장과의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추 장관의 결단은 검찰 수사의 총지휘권자인 총장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 다음 날 검사장들을 불러 마라톤 회의를 한 뒤 약 일주일 동안 숙고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빠른 결정을 압박하며 최종 시한을 제시하는 등 재촉에 나섰다. 윤 총장은 8일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며 '독립수사본부'를 역제안했지만, 추 장관은 즉각 거절했다. 결국 윤 총장은 '백기'를 들었다.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은 많은 논란과 잡음을 초래했다. 추 장관은 기자와 현직 검사장 사이의 유착 뿐 아니라 의혹 제보자와 정치권, 언론사의 유착 의혹 이른바 '권언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내부의 의견은 사실상 무시됐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법적으로 보장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장관이 박탈할 수 있는지를 두고 위법 논란이 일면서다. 추 장관의 지시가 위법·부당하다는 지적과 함께 총장이 이에 불복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은 꽤 오랜 기간 지속됐다.

대검이 법무부와 '물밑 협상'을 벌였는데 추 장관이 거절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법무부는 '검토였을 뿐'이라 재반박하는 진실공방, '독립수사본부' 건의를 거절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언론이 아닌 일부 여권 인사들에만 따로 전달한 것이 드러나 '유출 논란'도 일었다.

검찰 조직에 많은 상처를 남긴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정진웅 형사1부장의 '독직폭행' 논란까지 불거지고 정 부장에 대한 감찰이 진행됐다. 의혹에 연루된 기자가 구속 기소됐지만 이후 수사 역시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 부장을 비롯한 수사 책임자들은 대부분 영전시켰다. 

과연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는지, 장관의 책임은 없는지 등 여러 비판이 제기됐지만 추 장관은 부동산, 코로나19와 보수단체 시위 등 사안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정치적인 행보에 몰두했다.

◇각종 논란 '진행형'…'공정' '신뢰' '정의' 검찰개혁 빛 잃나 

추 장관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아들 서모씨(27)의 군 특혜 휴가 의혹 수사는 9개월 만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며 마무리됐지만,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청문회와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아들 휴가 처리에 관여한 바 없다'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라고 시킨 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검찰 수사에서 보좌관에 전화번호를 전달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전화번호 전달'이 '보좌관에 대한 지시라 볼 근거가 없다'고 했다. 도리어 이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정치적 공세'라 규정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언론과 국회의원 모두에 강경 대응을 시사한 상태다.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관련 3개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개혁안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판 중심의 검찰 조직개편과 법무부의 탈검찰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남긴 성과도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로 불거진 검찰 독립성 침해, 검찰 조직의 정치화, 아들 의혹이 빚은 공정성 시비, '추미애 라인' 영전 인사 등은 그가 추구했던 개혁의 명분인 검찰조직의 '공정성'과 '신뢰성', '정의 추구'에 반한다는 비판은 앞으로 감당할 몫이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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