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총괄 김여정 등장은 남북대화 가능 신호탄
南 공무원 피살 사건 남북 간 통로 여는 계기될 수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가운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뒷줄 두번째)이 두 달 여만에 수행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노동신문 캡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가운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뒷줄 두번째)이 두 달 여만에 수행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다.(노동신문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두 달 여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7월 27일 전국 노병대회 참석 이후 66일 만의 일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강원도 김화군 수해복구 현장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하는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을 1면 대형 사진에 담았다. 환하게 웃음 짓는 김 위원장 뒤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차림의 김 제1부부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돼 제13·14차 정치국 회의에 참여하는 등 올해 활발한 정치 행보를 보여왔다. 또 순천인비료공장과 광천닭공장 현지시찰 때도 오빠인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했다.

특히 지난 6월 대남 '대적 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하며 북한 당국으로부터 '대남 총괄' 지위를 공식 인정받기도 했다. 또 자신의 명의로 대남·대미 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외치'를 김 제1부부장이 담당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 정부는 김 제1부부장을 북한의 '2인자'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지난 8월 20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북한의 투트랙 통치 방식을 공식화하며 김 제1부부장이 북한의 외교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말 노병대회 참석 이후 북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주요 회의는 물론 지난 8·9월 김 위원장의 공식 일정에도 일절 동행하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이 갑작스레 사라지자 일각에서는 그가 미국 대선(11월 3일)을 앞두고 대외 정책 수립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의 대외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미리 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 대선 전 모종의 물밑 접촉을 지휘했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성과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만큼, 미 대선 전 북미 대화를 성사 시켜 일명 '10월의 서프라이즈' 국면을 전개하기 위한 작업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10일 대미 담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김 위원장)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라며 미국과의 무력 충돌이 아닌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넌지시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라고 특이한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을 중심으로 대미 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제1부부장이 공식행사에 나타나자 그가 본격적인 메신저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정치국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10월 첫 공식 일정에 나타난 점은 10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는 계획 하에 이뤄진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는 7~8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이달 중 방한을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반도에 미·중 외교관이 차례로 들어오는 '10월의 상황' 속에서 이날 김 제1부부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북한의 대미, 대중 외교에서 모종의 행보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이 복귀가 지난달 22일 남측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피살당한 사건과 관련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즉시 '사과'의 뜻을 밝힌 것과의 연장선에서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김 제1부부장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은 코로나로 인해 대외 지원과 수출입이 극도로 악화돼 경제상황이 90년대 '고난의 행군기' 때보다 매우 안좋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남한과 새 관계를 모색해왔는데 남측 공무원 피격사건이 대화의 계기를 만든 셈이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김여정이 '2인자'라는 남측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김여정이 평창 올림픽 때 김정은의 혈육으로 얼굴을 알렸기에 대남관계를 총괄하게 한 것일 뿐 실질적인 결정은 '노동당'에서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여정이 평창올림픽 때 온 진짜 이유는 6차 핵(수소폭탄) 실험에 따라 중국, 러시아까지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자 남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김여정의 등장은 그때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과 큰 무역을 하고 있는 관계자도 "북에서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김여정이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을 위해 등장하곤 했는데 이번에 남한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측 공무원 사망 사건은 김정은과 무관하고 해당 지역 군 책임자의 지시로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머지않아 남북 간 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이 공식행사에 모습을 보인 것은 남북 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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