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출신 잠룡들, 역대 정권에서 2인자 굴레 못 벗고 고배
공무원·교수 출신 한계 노출…이낙연은 정치인이라 결 달라

국무총리 출신은 대권 도전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총리 징크스'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듯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대권 주자 지지도 1위 자리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내주면서 대권 지형이 출렁이고 있어서다. 

◇ 김종필 고건 이회창…뜻은 컸지만 대권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총리는 대통령이 못된다는 '총리 징크스'는 지난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졌다. 

그간 총리 출신 대권주자로는 김영삼 정부에서 이회창 이홍구 이수성, 김대중 정부에서 김종필, 노무현 정부에서 고건,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박근혜 정부에서 황교안 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중 박정희, 김대중 정부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결국 '영원한 2인자'로 생을 마감한 김종필 전 총리가 징크스의 상징 격이다.

'대쪽'으로 불리는 이회창 전 총리는 현직 대통령에 맞서며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지만, 세 차례 걸친 대권 도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실패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자기 고집과 진영논리에 갇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하며 대권과 멀어진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도 같은 법조인 출신인이회창 전 총리와 여러모로 닮았다. 

◇ 맷집 약한 공무원·교수 출신…대통령에 충성하다 예스맨 이미지 굳어져

'행정의 달인'이라는 고건 전 총리는 공무원 출신의 약점인 '맷집'이 문제였다.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 총리 기용을 "실패한 인사였다"고 규정하면서 대망론이 흔들리자 고 전 총리는 다음달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역량이 너무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교수 출신인 정운찬 전 총리도 이명박 전 대통령 밑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뜨는 듯 했으나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다 제대로 된 세도 만들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처럼 총리 출신들이 매번 대권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는 이유로는 '안정적 관리형' 이미지가 강한 엘리트로서의 면모가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상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은 강한 추진력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대통령에게 기대하지만, 우리 권력 지형상 총리는 재임 기간 대통령에게 할 말을 못하는 '대독총리' 역할에 스스로를 가두면서 '예스맨'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게 현실이다. 

총리 출신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정권 임기 말이면 대통령과 동반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탄탄한 호남 기반·5선 경력 이낙연은 다를까

이 의원이 이전의 총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고향인 호남에서 대망론을 바탕으로 탄탄한 지역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5선 의원으로 당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여의도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전 총리 출신들은 고시 출신과 대학교수 등 이른바 '꽃길'만 걸었던 사람들이었다. 

대세론에 일단 힘이 빠진 건 사실이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되고 강단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상황이 또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 자신도 너무 신중한 모습이 단점으로 지적되자 "총리는 2인자지만 당 대표는 1인자다. (당 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며 '자기 정치'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임기말 청와대와의 각 세우기와 친문(친문재인) 지지 확보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 대표가 되면 민심과 소통을 강화하고 그에 기반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면서 주도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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