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반일 아닌 인권 측면서 강제징용 언급…남북 협력의지 재확인
'국민 행복 위한 국가' 목표로…한국판 뉴딜도 거듭 강조
'진정한 광복'에 불평등 해소 및 통일 한반도 제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난관에 부딪힌 남북관계와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구상을 내비쳤다.

개인의 존엄과 행복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를 앞세워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모두 협력의 여지를 넓혀가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또 재난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충격을 극복하는 일 등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추구 권리를 보장한 '헌법 10조'의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인권' 고리로 한일대화 모색…극일·반일 메시지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1년과 맞물렸다는 점,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놓고 한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한층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친일역사 청산 등의 반일(反日) 메시지나 극일(克日) 메시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을 향해 "이웃 나라에 불행을 줬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지향점으로 제시한 것에 비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해 문 대통령은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 의지를 부각했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의 공동 노력이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인권을 매개로 양국의 거리를 좁혀가자는 제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최고의 법적 권위를 가진다"며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대원칙에서는 후퇴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 남북 '생명·안전 공동체' 부각…대화 물꼬 트일까

남북협력 해법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을 통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틀을 닦고, 이를 통해 평화롭고 안전한 통일 한반도에서 개개인의 꿈과 삶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며 이제껏 언급해 온 평화·경제 공동체에 이어 생명·안전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최근 코로나19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남북 방역협력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데다, 연일 계속된 집중호우로 공유하천 공동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둔 제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미대화 교착 속에 남북관계 역시 장기간 냉기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런 제안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기 최근 홍수피해 복구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지말라고 언급, 한국 정부의 협력 구상 문턱이 한층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 헌법 1조에서 헌법 10조 시대로…한국판 뉴딜로 코로나 극복

문 대통령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 등 각종 재난이나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역할도 함께 강조했다.

코로나19 경제충격에 대해서는 "방역의 성공이 경제의 선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뉴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도약을 이끌고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통해 모두 함께 잘사는 것 역시 '진정한 광복'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정신이 문재인 정부의 기반이 됐다고 소개한 뒤 이번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로 '헌법 10조 시대'를 제시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다.

개인이 나라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지향점이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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