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투자금지, 노동자 파송 등 북한 요구과제 많아…북, 러와 밀착으로 中자극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수교 75주년을 맞아 정상외교를 재개하며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서먹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중 정상회담은 2019년 6월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가졌던 것이 가장 최근으로 5년 가까이 두 정상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엔 김 총비서가 중국을 방문해야 할 차례로 중국의 초청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와중에 김성남 국제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대표단이 21일 중국을 방문했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과 중국에서 당은 권력을 독점하고 있어, '당 대 당' 외교의 선봉인 노동당 국제부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중국에서 논의할 내용에 시선이 모인다.

김 총비서는 북한 노동당의 수장이고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수장이어서 두 사람의 만남에 앞선 당 대 당 조율은 필수적이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에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하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면담했다.

왕이 주임은 이 자리에서 "중국은 항상 전략적 고도와 장기적 관점에서 중·조 관계를 바라보고 조선(북한)과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며 각 분야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 달 후에는 쑨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해 박 부상과 다시 회담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국과 북한이 모든 수준에서의 전략 대화를 강화하고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북한과 중국이 교류를 늘려가고 전략적 대화를 강화하기 위해 양국 정상 간 논의가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5년간 정상 교류가 끊기면서 양국 간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적으로는 북중 정상이 축전 등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북중 관계로부터 얻는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우선 2017년 북한이 잇단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워 대북 제재가 강화했고 이듬해인 2018년 중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직접 투자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잇단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이 문제를 시 주석에게 제기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중국 정부는 조치를 현재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올해 야심 차게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외부 투자 유치와 다양한 기술 도입이 필요한 만큼 중국 정부의 대북 투자금지 조치에 대한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북한이 국경의 문을 열자마자 중국은 자국에 체류 중이던 북한 노동자를 돌려보냈는데 이들을 대체할 인력을 중국 정부가 수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노동자 파송이 필요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노동자를 받지 말도록 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방북,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문제, 북중 접경지역의 밀무역 단속 문제 등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해결해야 할 실질적 문제가 한둘이 아니고 북중 정상 간 담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김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면서 북러 관계에 속도를 내는 것도 중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작년 7월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때 김 총비서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는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하면서도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중국 당정 대표단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다양한 교류를 이어가고 경제협력을 추진하며 루블화 경제권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그동안의 위안화 경제로부터 탈피하는 모습으로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연합뉴스에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비핵화를 푸는 게 우선이고 이 문제가 미국 때문에 풀리지 않고 있다는 입장으로 정치적 해결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며 "정치적 해결원칙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상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쌍궤병행 원칙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중 관계가 북러 관계보다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중국이 원칙을 견지하기 때문"이라며 "북미 간 협상의 진전이 없이 북중 관계가 원래의 속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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