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통치자들도 껴안아…국제무대 나설 틈 마련해줘
트럼프의 고립주의 대외전략, 국제사회 긴장감만 키워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확정된 가운데 미국내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여론조사 기관 더힐이 601개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9%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3.7%)을 1.2%포인트 앞섰다. 이는 2%포인트 가량을 유지하던 것과 비교해 다소 줄어든 수치다.

로이터와 입소스의 최근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39%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8%)을 역전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에 따라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경제의 불안정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조기에 종식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세계 경찰을 자처해 온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근간은 또다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는 이미 대선 과정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 정책을 시사해왔다.

◇ 트럼프 정책 기저는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1기 외교 정책은 그의 대선 정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잘 드러나 있듯 '미국 우선주의'이다.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고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힘을 써온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래적 국제관계관을 갖고 명분보다는 실리 확보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강한 미국'을 세우고자 했고, 재집권 때는 그럴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방위비 부담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를 더 부담하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등 전직 관료들은 지난달 CNN에 "트럼프는 나토 동맹의 존재 의미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며 "재선하면 나토 탈퇴를 공식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위주의 통치자들도 손 잡아…고립주의, 국제사회 긴장감 키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정책에 부합하면 권위주의 통치자들과도 손을 잡았다. 

그는 집권 1기(2016~2022년) 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에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기조는 집권 2기에서도 계속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극우 포퓰리스트'라고 평가받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도 조우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밀월을 이어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고립주의로 진화해 다자 관계보다는 양자 관계를 중시했다. 취임과 동시에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은 더 이상 미국의 손을 묶고 주권을 포기하는 대규모 합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다자보다는 양자 관계를 중시하고,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개입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고립주의에 가까운 미국의 대외전략은 세계 곳곳에서 긴장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 내부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은 물론, 독일에서는 핵무장 주장까지 거론되고, 푸틴 대통령은 다시금 핵전쟁 가능성을 거론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적을 위해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국외교협회(CFR)는 "미국의 다자간 리더십이 없다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맡아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정책적 연속성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호무역주의, 이란, 아프가니스탄 철수 등 애당초 조 바이든은 트럼프에게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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