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정상회담' 시사 이후 관영매체서 '대일 비난' 대폭 감소
北日간 평양 월드컵 예선전 계기 '접촉' 가능성 주목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북일 정상회담 시사 발언 이후 한 달 가까이 대일(對日)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양국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일본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양국 당국자 간 실무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지난 15일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전날인 12일까지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나 논평, 담화가 게재되지 않았다.

지난달 담화 이전엔 4, 6, 7, 10일 4차례에 걸쳐 일본 군마현의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비 철거를 맹비난했다. 또 매년 3·1절마다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비난 기사를 게재해 왔지만 올해는 실리지 않았다.

또 다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일본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달 김 부부장의 담화 발표 전까지 일본의 강력범죄 증가, 집단 식중독 사건, 오염수 누출 사고, 자살자 수 증가 등 부정적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했고, 김 부부장 담화 당일에도 '창씨개명을 통해 본 일제의 악랄성'이란 제목의 개인 명의의 글을 소개하며 일본을 비난했다.

하지만 담화 발표 이후론 지난 8일 '중세기적 악법에 비낀 야수적 본성'이란 제목으로 과거 일제의 악행을 비판하는 개인의 글을 게재한 것이 유일하다.

북한 매체들에서 대일 비난이 대폭 준 것을 두고 양국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과 연관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9일 국회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 부부장은 같은 달 15일 담화를 통해 북일관계 개선,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일본인 납북자 가족모임 회원과 만나 "정상 간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등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고, 집권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과 일본의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경기가 오는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예정대로 열리게 된 만큼,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혹은 사전 논의를 위한 물밑 접촉이 진행될지도 주목된다.

북일 정상회담은 양국에 모두 '윈-윈'(win-win)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극심한 지지율 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납북자 문제' 해결 등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 강화된 한미일 공조의 약화를 시도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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