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순차 매각vs전량매각' … 박찬구-박철완 경영권 분쟁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책 일환으로 3년간 보유 자사주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자사주 전량 소각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사주 소각 계획이 표 대결을 앞두고 사측의 우호세력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박철완 전 상무·차파트너스 연합과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주주들의 표심을 끌기 위한 회유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전일 금호석유화학은 2026년까지 3년동안 보유한 자사주의 절반인 262만4417주(9.2%)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또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매입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16.5% 수준인 총 500억 원어치를 오는 13일부터 6개월간 취득할 계획이다. 매입이 완료되면 이사회의 세부적인 결의와 공시를 거쳐 전량 이익 소각할 예정이다. 이어 남은 50% 자사주는 M&A 등 중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 관점에서 처분 또는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지분율 9.1%) 박 전 상무로부터 주주제안권을 위임 받은 차파트너스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 자기주식 소각 관련 정관 변경 △ 자사주 전량 소각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건을 주주제안했다. 

반면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호석유화학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차파트너스는 사측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남은 9%의 자사주도 소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파트너스는 "미소각 자사주를 총수 일가의 우호주주에게 처분하면 총수 일가 측 의결권은 크게 증가하고 주주의 주당 순이익과 주당 배당 수익은 감소한다"며 "주주 가치를 제고를 위해서는 나머지 50% 자사주 소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발표한 이번 자사주 소각 계획이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차파트너스와 연합한 박 전 상무와 경영권 분쟁 중인 박 회장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부결시키기 위해선 주주들의 표심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실제 박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박준경 부사장, 박주형 전무 등) 지분은 15.7%이며, 박 전 상무와 특수관계인 차파트너스 측의 지분은 총 10.88% 수준이다. 양측의 표 격차는 약 4% 정도로 크지 않다. 이외에 주요 주주로는 2대주주 국민연금 9.27%와 소액주주와 외인 비중은 각각 약 25%, 20%에 이른다. 

특히 차파트너스가 자사주 소각과 함께 제안한 사외이사가 되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경우, 개별 3%룰이 적용되면서 표결에 있어 주주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된다. 

개별 3%룰 적용시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박 회장측과 박 전 상무측이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활용할 수 있는 의결권은 각각 7%, 4.77%에 그친다. 특별결의 안건인 자사주 소각 정관변경 안건보다 더욱 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자사주 소각 정책은 사측이 오래전부터 고민해왔을 뿐 아니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제 대응 차원 목적"이라며 "차파트너스 주주제안과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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