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주재 유엔 상주조정관 임명에 동의…조만간 부임 가능성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러시아와 중국 등 우방국에 한정해 열었던 외교의 문을 서방과 유엔에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북한이 2020년 초 코로나19로 국경을 닫자 평양에 상주 공관을 운영했던 영국과 독일, 스웨덴 등 서방 국가들과 국제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유엔 기구의 파견 직원들은 모두 철수했고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외무부 대표단이 방북한 데 이어 평양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의 입국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엔은 이달 1일자로 북한주재 상주 조정관을 임명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주재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평양에 상주하는 외교관이기에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콜럼바노 신임 조정관도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당장은 태국 방콕에 있는 유엔 사무소에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의 임명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콜럼바노 조정관의 부임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WHO와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 평양에 상주하던 다른 국제기구 직원들도 비슷한 시기 다시 평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독일 외무부 대표단이 지난 4년간 비워놨던 공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내정자도 북한을 찾았다.

북한이 공표하지는 않았어도 물밑에서는 유럽 등 서방 국가와의 외교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 친북 성향의 국가하고만 제한적으로 교류해오던 북한이 외교 다변화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여겨진다.

대북 제재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외교적으로도 위축된 북한이 대외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따른 대응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취재진과 만나 최근의 북한 행보에 대해 "한-쿠바 수교 직후 북한이 외교에 급물살을 타고 대외 개방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데다 최대 현안인 식량난을 러시아를 통해 해결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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