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연 11회…지난해엔 3회에 그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새해 첫날에 이어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 주요 기념일마다 관례처럼 찾던 선대 우상화 행사 참석을 현저히 줄여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자리를 잡은 결과라고 분석한다. 또한 김정은 집권시기 핵을 보유하고, 무엇보다 북한 최대 현안인 식량문제를 해결해 주민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는 게 가장 큰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18일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집권 첫해로 볼 수 있는 2012년엔 11회, 2013년엔 10회, 2014년 7회, 2015년 8회, 2016년 5회, 2017년 6회, 2018년 5회, 2019년 6회, 2020년 4회, 2021년 7회, 2022년 3회, 2023년 3회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집권 초기 연 10회를 웃돌았던 참배 횟수가 최근 2년에는 연 3회로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집권 초기를 보면 김 총비서는 북한에서 4대 명절로 여겨지는 광명성절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정권수립일(9월9일),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그리고 선대의 기일이나 새해 등을 계기로 이곳을 찾았다. 거의 모든 기념일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찾았던 셈이다.

그러나 2022년엔 새해 첫날, 태양절 110주년, 김일성 사망 28주기에만 이곳을 찾았고, 지난해에는 새해 첫날과 김일성 사망 29주기, 김정일 사망 12주기에만 이곳을 찾았다. 딱 떨어지게 정리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새해와 김일성·김정일 기일 정도에만 금수산궁전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 김 총비서는 지난 2013년 금수산태양궁전법을 제정해 이곳을 '주체의 최고 성지'라며 신성시해 왔다.

김 총비서에게 이곳은 자신이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였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 이곳을 자주 찾았던 것도 짧은 후계과정을 거친 젊은 지도자가 선대 우상화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집권 10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김 총비서는 경제난 가중에도 나름의 권력 장악과 체제 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금수산궁전 참배 횟수가 줄어든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제 선대의 권위에 기대지 않아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북한이 우상화의 초점을 선대가 아니라 '김정은 개인'에 맞춰 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김 총비서에 '수령' 호칭 사용을 늘리고 '아버지'라 부르며 우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동시에 선대의 권위에 기대는 모습은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올해 광명성절 82주년(2월16일)에도 금수산궁전을 찾지 않았다. 북한이 중요시 여기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기념일인 지난 2022년 80주년에도 찾지 않았고 지난해에도 불참했다. 점점 '불참'이 이례적이지 않은 현상이 되고 있다.

올해는 이미 새해 첫날에도 금수산궁전을 찾지 않았다. 참배 횟수가 3회에 불과했던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새해 첫날에는 참배를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언젠가 금수산궁전 참배는 기일에 제사를 지내듯 조상에 예를 갖추는 의례의 의미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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