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北의 '해외영농' 논의
작년 9월 북러 정상회담 '백년대계' 통해 北 식량난 해결
3월부터 러시아에서 해외영농 본격화…농업 외 축산도
연해주, 러시아 점령 우크라 지역, 중앙아시아 대상지

러시아 연해주 지역 농사 장면
러시아 연해주 지역 농사 장면

북한 농업 전문가 300여 명이 지난 5일 철도를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블라디보스토크 동포 소식통은 북한에서 들어온 사람들과 러시아 관계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모여 영농에 관해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달 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산 사이 기차역에서 노동자로 추정되는 북한인 300~400명이 열차에서 내려 도착하는 모습을 현지 소식통이 직접 목격하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기차에서 내린 일행이 짐꾸러미를 들고 있었지만 차림새가 여행객은 아니었고 노동자라는 것을 한눈에 식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며 "그 정도 규모의 북한 유학생·관광객이 연해주를 방문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도착한 300여명은 일진이고 앞으로 신규 북한 노동자 파견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사정에 정통한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러시아로 들어간 300여명은 건설 노동자와 같은 일반 노동자가 아니라 러시아에서 '해외영농'을 위해 파견된 농업기술자, 농업경영자 등 영농 전문가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대부터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해외영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온 장백산 이사장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백년대계'를 함께 구축하기로 공표했을 때 "북한이 정권 수립 전후부터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식량난을 마침내 해결하 됐다"며 "새해 초부터 러시아에서 해외영농을 위해 러시아 측과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작년 9월 '백년대계'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해 11월 16일 평양에서 북러 경제공동위원회가 개최된데 이어 약 한달 뒤인 12월 12일에는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평양을 방문해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과 회담을 가졌다. 코제먀코 주지사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해주는 북한 농민에게 농업용지 일부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들어서는 최성희 북한 외무상이 1월 14일부터 18일까지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을 만나 북러 간 현안들을 논의했다. 당시 회담에선 러시아에서의 북한 해외영농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 이사장은 "이번에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사람들은 80%가량이 농업 전문가이고, 나머지는 축산, 수산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보스토크 영농회의에는 모스크바와 연해주 농업 관계자, 사할린 축산, 수산 관계자 등이 참석했고, 북한 영농 전문가들과 다방면의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장 이사장은 "이번 영농회의를 계기로 3월부터 러시아에서 해외영농이 본격화할 예정인데 더 많은 인력이 순차적으로 러시아에 파견될 것"이라며 "연해주, 사할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 중앙아시아 등이 해외영농 대상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이사장은 "러시아 해외영농에서 생산한 쌀과 밀은 북한으로 공급돼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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