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관계 단절 선언…식량난 해결, 식품은 과제
'식품'으로 남북 연결…해외동포 링커, '물물교환' 방식
'식품' 매개에 '농협' 최적…과잉식품 해외동포 판로 열어

농협중앙회 건물(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건물(사진=농협중앙회)

오늘날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동족상잔의 한국전쟁(1950년)을 제외하곤 박정희-김일성 시대의 극한의 남북대결에도 대화의 통로는 열려있었으나 현재 남북관계는 모든 길이 막힌 채 분단이 고착화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남북관계는 굴곡진 관계를 이어오면서도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동족(同族)’이라는 민족 정서와 공감대가 기반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북한이 더 이상 남한을 동족으로 여기지 않고 ‘주적’으로까지 규정하면서 남북관계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12월말 개최된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하며 하며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달 1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헌법에 명시할 것“을 강조했다.

북한은 남한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제3국으로 간주하고, 나아가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해 남북관계는 영원히 단절(분단)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은 위와같이 결행한 이유를 남한이 미국의 식민지 졸개인 괴뢰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흡수통일하려 하며, 반민족적 행태를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한 배경은 지난해 12월 26일 개최된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김 총비서가 ”2023년은 위대한 전환의 해, 위대한 변혁의 해“라고 밝힌데 담겨있다.

즉, 북한은 2023년 핵보유에서 나아가 핵무기 고도화와 함께 필수 군사전략인 정찰위성을 성공했고, 정권 수립 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식량난 문제를 지난해 9월 김정은 총비서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하게 됐다.

북한은 이러한 성과에 기반한 대내외 자신감을 근거로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최대 현안인 식량·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남한에 기댈 수 있는 핵심축이 사라진 상황이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도 해결하기 어렵고, 그래서 남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식량이 아닌 ‘식품’이다. 물론 북한은 중국을 통해 식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중국의 대북 전략(북한 흡수)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식량·에너지 문제가 해결된 만큼 더 이상 중국에 끌려다니지 않으려 한다.

그런 북한을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대화’의 통로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무기는 ‘식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주민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식량 외의 것을 통칭한 '식품'이 동족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말 북한과 최초로 무역을 한 이래 현재까지 북측과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이제 식량을 매개로 북한과 교류하는 것은 끝났다. 러시아를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게 된 북한도 ‘식품’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측에서 식품을 매개로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도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북한과 ‘식품’을 매개로 대화를 할 경우 남한에서 잉여 식자재, 특히 신선채소, 과수, 그밖의 농상물 등을 북측에 건네고 북한에서 다량으로 생산되는 농수산물과 ‘물물교환’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물교환’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금융’을 막고 있고, 인도주의적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장 이사장은 ”북한과의 교류는 물물교환이나 인도주의적 지원도 5.24 조치에 막혀있는 만큼 국내인이 아닌 해외동포가 주체가 되면 국내법 저촉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동포는 남북 민족 간 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도 마련돼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식품’을 매개로 해외동포가 주체가 된 광범위한 남북 물물교환을 하려면 농협이 최적 기관이라고 말한다. 북한에 필요한 농산물을 대거 수집해 식품화하는데 농협만한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오는 25일 농협의 새 회장을 선출하는데 각 후보들마다 어려운 농정 상황을 개선하고 농협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는데 해외동포와 그들의 자금을 기반으로 '식품'을 매개로 한 남북교역은 새로운 돌파구 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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