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한민국은 제1의 적대국이자 주적"
金 "적들이 건드리지 않으면 전쟁 결행 의도 없어"
노동당 철칙 '동족 간 전쟁은 없다' …김정은도 따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또다시 '대한민국은 주적(主敵)'이라는 발언을 하며 이를 헌법에까지 명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연이은 '말폭탄'으로 대남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데 그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비서는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저한 타국"으로 규정한 이상 헌법 개정 등 법률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헌법에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쟁 가능성'도 재차 언급했다.

지난 8~9일 군수공장을 방문해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대한민국이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한 데 이어 또다시 말폭탄을 쏟아낸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을 '타국화' 하고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보름 사이 벌써 세 번째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총비서의 '전쟁' 언급이 허세가 아닐 수 있다며 전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 총비서는 다만 무력행사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이날도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 "일방적으로 결행할 의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로 미뤄 이번 말폭탄은 국방력 강화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 쌓기' 용이자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있이 보인다. 올해 한층 강화된 한미일의 대북 공조를 빌미로 위협을 고조시켜 자신들의 국방 과업을 하나씩 이행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총비서가 남한에 대한 적대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남북을 같은 민족이지만 '분단된 세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나라'로 규정한다면 각종 국제법적 조약 및 규약의 제재를 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전쟁이 일어나기는 더 어려워지는 역설적 상황도 있다. 

또 지금 북한의 상황은 남측과의 대결을 준비하는 것보다 내부 경제 성장 필요성이 더 큰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김 총비서의 연설 제목이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로 정해진 것도 연설의 핵심 내용이 경제 성장과 관련한 내부 메시지 전파에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상 초유의 고강도 대적 기조는 이같은 상황에서 주민 불만을 외부로 돌려 내부 결속력을 높이고 이를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는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대내적으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야 하는 내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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