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평양정상회담 뜻밖의 백두산행 발표
北소식통 "김정은 백두산행은 '약속' 다짐 위한 것"
"文정부 '약속' 불이행…남북관계 파행 지속"
"남북공동연락소 폭파, '삶은 소대가리' 막말 관련"

지난 2018년 9월20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내외가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지난 2018년 9월20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내외가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남한이 먼저 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난 21일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우리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 것에 대해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전한 말이다.

북한은 11월 21일 저녁 10시 42분 경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영국을 방문중인 윤석열 대통령 주관 아래 21일(현지시각)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9.19 군사합의의 제1조 제3항에 대한 효력 정지' 입장을 밝힌데 이어 22일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임시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9.19 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를 의결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취임한 이후 9·19 군사합의가 불합리하다고 판단, 효력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서북도서 일대에서 위반한 사례만 3600여건에 달한다며 9·19 군사합의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을 거론하며, 강행하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 이후 발생한 위반 사례와 최근 북한의 3차 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우리 정부의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조치, 이에 맞대응한 북한의 9·19 군사합의 사실상 폐기선언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된 가장 큰 요인으로 ‘북한의 위반’이 지적된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가 성사된 배경과 이후의 남북관계를 잘 알고 있는 대북 소식통은 “9.19 군사합의 본질에 대한 위반은 남한이 자행했다”며 밝혔다.

◇ 9·19 군사합의와 문재인 정부의 ‘약속’ 실체는?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

9·19 남북군사합의가 이뤄진 것은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다.

그해 9월 1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으로 찾아와 2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배석자가 없는 단독 정상회담이 약 70분정도 진행됐고, 두 정상은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별도로 서명했다.

그런데 19일 오후 일정에 없던 문 대통령의 백두산행이 발표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김정은)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뤄졌다"고 밝혔다.

백두산행이 갑자기 결정되면서 외투 등을 급히 공수하기 위해 정부는 수송기를 20일 새벽서울에서 평양으로 보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외국의 수반과 함께 백두산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혁명의 성지’ ‘백두혈통’ ‘역사의 시원’ 등 상징성으로 인해 최고지도자들은 큰 정치적 행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산행을 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문 대통령과 함께 백두산 등정을 한 것과 관련해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당시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는 김 총비서와 문 대통령 간에는 ‘특별한 약속’이 있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며 “백두산 등정은 그 ‘약속’ 이행을 확실하게 해두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 총비서와 문 대통령의 백두산행이 19일 갑자기 결정됐고, 김 총비서가 백두산행을 먼저 얘기했다는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큰 선물’을 북한에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식통의 판단이다.

그는 “김 총비서가 백두산행을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면 무언가 ‘약속’ 한 것을 확실하게 이행받기 위해 이례적으로 백두산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문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약속’에 대해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 도시 단둥(丹東)의 무역상 교포 또한 “평양 정상회담 후 ‘남조선 대통령이 백두산에 오르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 돌았다”며 “분명한 것은 김정은이 남조선(남한) 대통령과 백두산에 올랐다면 백두산이 조선(북한)에서 갖는 상징성으로 볼 때 무언가를 다짐받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9월 평양정상회담 직후 남북은 정상 간 합의사항 이행을 명목으로 남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북측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주 1회 정례회의를 갖기로 했다.

당시 통일부와 언론은 천 차관과 전 부위원장의 회의에서 철도·도로·산림협력 등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른 다양한 교류 현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문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백두산까지 동행해 다짐한 ‘약속’ 이행이 핵심이었다는 게 전술한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러나 천 차관과 전 부위원장의 회의는 초기 몇 차례를 끝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직후인 3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인원이 철수하면서 ‘천해성-전종수’ 라인도 가동을 멈췄다.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삶은 소대가리" 이면은

‘천해성-전종수’ 라인의 대화가 멈춘 이후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흘러갔다. 

 2019년 4월 12일,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며 북미대화에 끼어들지 말고 경제협력만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해 8월 15일 문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를 통해 ‘평화경제’라는 구상을 내세워 경제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조평통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조롱했다.

남북관계 냉각기기는 이듬해인 2020년으로 이어져 6월 4일 김 총비서의 친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비난 담화를 발표한데 이어 9일엔 남북 통신연락 채널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급기야 북한은 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위반 사례(자료=2022년 국방백서)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위반 사례(자료=2022년 국방백서)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위반 사례는 2023년 1월 15일 기준으로 총 17회에 이른다. 한국은 총 2회 위반이 있었지만 모두 대응(경고)사격으로 선제적으로 위반한 사례는 없었다. 

위반 사례 대부분은 해안포 포문 개방, 포구덮개 미실시 등으로, 2023년 10월 27일 기준, 북한이 군사합의 체결 이후 서해 5도를 겨냥해 해안에 배치된 포문을 3400여 회 개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 것이 북한의 지속적인 위반행위에 따른 것으로, 지난 21일 3차 정찰위성 발사가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은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지만 남한 정부가 북한과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격로하고 있다고, 신뢰할 만한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백두산에 올라 문 대통령과 손을 잡고 “북남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계속 써 나가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양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문대통령 일행이 김 총비서와 백두산까지 동행하며 다짐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총비서의 백두사 발언이 문 대통령과의 ‘약속’을 믿고 한 것이라면, 9.19 군사합의를 포함한 ‘평양공동선언’을 지키지 않은 것은 남측이 되는 셈이다.

민대호 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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