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민주주의, 사형제 반대 운동 이끈 나르게스 모하마디 수상
노벨위원회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는 투쟁에 앞장"
'히잡 의문사' 아미니 1주기 직후 수상…이란 여성 2번째 평화상 수상
모하마디 NYT에 보낸 성명서 "국제적 지지와 인정…더 희망 품게 돼"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란 신권(神權) 독재정권에 의해 수감된 대표적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모하마디가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며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 상은 무엇보다 이란에서 벌어지는 모든 운동의 매우 중요한 업적에 대한 인정"이라며 "그 운동의 지도자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라는 사실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권(이란)은 그를 모두 13차례 체포했고 5차례 유죄를 선고했으며 형량은 도합 31년의 징역형, 154대의 태형이었다"며 "지금 발표하는 순간에도 감옥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상은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 직후에 이뤄졌다. 1주기는 지난달 16일이었다.

모하마디의 수상으로 아미니의 죽음 이후 '여성, 생명, 자유'라는 기치 아래 계속되는 이란 내 여성의 거리 투쟁에 국제적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모하마디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성명에서 "나의 인권옹호 활동에 대해 국제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은 덕분에 더 단호해지고, 더 책임감을 느끼면서 더 열정적이고 더 희망을 품게 됐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인정으로 변화를 위한 이란인의 투쟁이 더 강해지고 조직화하길 바란다"며 "승리가 눈앞"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의 압제에 맞서 반정부 기사를 쓰던 모하마디는 2003년 이란 여성운동의 '대모'격인 시린 에바디(76)가 이끄는 인권수호자 센터에 가입하면서 인권운동에 투신했다. 에바디는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모하마디는 현재 이 단체의 회장을 맡으면서 여성의 자유와 권리 신장, 사형제 폐지와 민주주의를 주장하다 2011년 5살 쌍둥이를 둔 채 처음 투옥됐지만 감옥에서도 싸움은 계속됐다. 8년 뒤 가까스로 풀려난 뒤엔 옥중에서 직접 겪은 고문과 폭력을 고발했고, 여성 수감자에 대한 학대와 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2019년 반정부 시위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뒤 현재까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곳은 인권 침해로 악명높은 이란의 수용 시설이다. 수감 중 진행 중인 여러 재판에서 실형과 벌금형, 태형을 계속 선고받고 있다.

지난해 '아미니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을 땐 교도소 안에서 히잡을 태우며 저항 의지를 알렸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 직후 모하마디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그를 석방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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