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관람자 처벌…관람자는 처벌 불가능, 소지자는 처벌 가능
n번방 관람자 신상공개…성폭력범죄 특례법에 의거해 공개 가능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유포했던 'n번방' 용의자 '박사' 조주빈(25)씨가 검거되면서 조씨와 함께 n번방 음란물을 관람한 이들을 처벌하거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사방' 피해자만 미성년자를 포함해 74명이나 된다는 사실과, 가해자가 공대위 추산 26만명이라는 알려지자 신상공개를 포함한 강력한 처벌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는 전례 없는 대규모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글은 참여자 18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원의 답변기준(20만 명)을 충족한 'n번방' 관련 청원은 총 5건으로, 총 청원 참여자 수만 570만 명을 넘어섰다. (24일 오후 11시 기준)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한 24일,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총 통화 7296명, 응답률 6.9%)을 대상으로 'n번방 사건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82.0%가 운영자를 넘어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에 찬성했다. 반대는 11.0%에 불과했다(모름/무응답 7.0%).

이처럼 여론이 비등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n번방 회원 전원조사하고 특별 조사팀도 꾸려라"고 수사당국에 지시했고, 다음날인 24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민청원 5건의 답변자로 나섰다.

민 청장은 "영상 제작자, 성 착취 영상을 소지‧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면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불법행위자를 엄정 사법처리하고, 신상공개도 검토하는 등 단호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운영자가 아닌 관전자(가입자)의 신상공개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 n번방 관람자 처벌 가능한가

한국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전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 1만에서 26만 명까지 알려지고 있는 관람자(중복포함)를 처벌하려면 관전자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했어야 한다. 즉, 스트리밍으로 관람한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를 해서 소지하고 본 관람자에 한해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처벌 가능하다.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제11조에서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 제공하거나 전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아동 청소년을 음란물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봤을 때 관람만 한 것으로는 처벌하기 어렵고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에 해당 음란물을 직접 소지하고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관전'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률은 부재하다. 과거 2016년 소라넷 사건 때도 회원가입만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경우나 시청만 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처벌할 수가 없었다. 이런 사례를 통해 봤을 때 이번 사건에서도 확실하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워 보인다.

◇ n번방 관람자 신상공개 가능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이용자도 공범이다”고 하며 26만 명의 이용자(중복 포함) 신상 공개를 요구했지만 신상공개를 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전에 해당하는 ‘1년 이하의 징역’은 중범죄의 양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상 공개를 가능하게 하는 성폭력 방지법에서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부분도 있지만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남용하지 말 것을 명시해뒀다. 즉,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매우 중대한 범죄에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관람도 아닌 ‘소지’를 처벌하기에 처벌 대상은 관람자에서 소지자로 더욱 축소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1년 이하의 징역’은 중대한 범죄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의 신상공개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만 성착취물 소지자 신상공개의 경우 검찰 경찰 등 사법기관의 결단으로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