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석 이화영 배우자 "검찰 회유·변호사에게 놀아나"
재판부, 이화영에 "가족들과 상의 입장 정리 해달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가 법정에서 설전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날(24일) 이 전 부지사 배우자 A씨가 수원지법에 직접 '소송대리인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뒤 가족간 서로 입장차를 보인 것이다.

이날 재판 시작 전 A씨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변호인단 중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사들의 태도에 우려가 커졌다"며 "검찰의 압박과 회유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편인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장은 달랐다.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41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법무법인 해광의 해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해광은 지난해부터 10개월간 이 전 부지사가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을 변호해왔다. 최근엔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한 이 전 부지사의 제3자 뇌물혐의 조사에도 입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재판에 해임신고서가 접수된 법무법인 해광은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해임신고서 제출에 동의하냐고 물었고, 이 전 부지사는 "조금 전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 의사와 상관하지 않고 배우자가 의사를 표현한 거 같다. 제 의사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방청석에 있던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씨는 "(변호인이) 본인의 의사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론을 하고 있지 않냐"고 소리쳤다.

이 전 부지사는 다시 한 번 "법원에 제출된 해임은 제 의견이 아니다"라며 "법무법인 해광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변호인 해임은 효력이 없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 배우자에게 정식으로 발언 기회를 줬다.

이 전 부지사 배우자는 "(법무법인 해광이) 가족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변호한다"며 "계속되는 검찰의 회유로 (이화영 피고인은) 너무나도 변호사에게 놀아나고 있다. 정말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본인은 이재명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화영 피고인은)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하는지 안에서 너무 모르는 거 같다. 답답하고 정신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를 향해 "만약에 당신이 그런 판단을 한다면 가족으로서 할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고 싶다. 당신이 혼자 알아서 재판 치르라"며 "어떤 도움도 없을 것이다. 변호인들도 도와드리기 힘들다. 하지 않은 일을 왜 했다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탄식했다.

A씨는 검찰을 겨냥해서도 "이게 이화영 재판입니까. 이재명 재판입니까. 김성태가 (증인으로) 나온 후로 이 재판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화영이) 처음부터 아니라고 했는데 왜 이제와서 번복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오전 재판 후 A씨는 기자들에게 "저는 저희 남편에게 너무 실망했다.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한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판에서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 변호인측이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오전 공판은 이 전 부지사의 의사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이어 오후 재판이 재개됐으나 법무법인 해광측이 역시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이날 오후 재판도 진행되지 못했다.

법무법인 해광은 재판부와 검찰측에 피고인과 가족들의 입장이 정리되면 출석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혹시 오전 재판 후 이화영 피고인의 입장이 변동된 게 있냐"고 물었고, 이 전 부지사는 "수감 중인 상태라 전혀 접촉을 못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이 전 부지사에게 가족간 의견을 조율해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검찰측은 다음 기일까지 입장 정리가 안 될 경우,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절차도 고려하는 것인지 재판부의 입장을 물었고, 재판부는 "국선도 절차대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검찰 측 입장을 간단히 말하겠다"며 "그동안 과거 재판에서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거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수사기록이 외부에 유출된다거나 증인신문 녹취록이 SNS에 공개되고, 이제는 변호인이 불출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재판마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검사로서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의 독립성 훼손이 심히 우려가 된다.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헌법상 기본권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 판사님께서 절차 진행에 있어 특별히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답해했다.

한편 법무법인 해광의 거취에 따라 이 전 부지사의 다른 공동 변호인단의 거취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다른 변호인은 "법무법인 해광이 사임을 하거나 해임이 되면, 공동 변호를 맡은 변호인들이 동반사퇴를 해야 할지 등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주 내로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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