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죄·배상금 재원 참여 여부 관건…"정재계에서 변화 움직임 포착"
"설날 끝나고 큰 해결의 틀 나올 수도…2월 중 해법안 발표될 가능성"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강연에서 "가능한 한 신속히 현안을 해결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려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NHK 갈무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강연에서 "가능한 한 신속히 현안을 해결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려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NHK 갈무리)​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과 관련한 해법의 '얼개'를 공개한 데 이어 일본 정상이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을 거듭 강조하고 나서면서 강제동원 해법안이 빠른 시기에 도출될 가능성이 16일 제기된다.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관계를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강연에서 "가능한 한 신속히 현안을 해결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려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한 데 이어 14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소통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한일관계의 '신속한 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대 양국 간 최대 현안이 강제동원 배상문제인만큼, 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의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문제는 한일 간 해묵은 역사 문제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10~11월 한국 대법원은 강제동원에 관여한 일본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각각 피해자에게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총 5억원 상당의 유·무상 경제 지원을 제공하면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자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안까지 추진했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하는 등 강제동원 문제로 인해 한일관계는 상당 기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한 움직임이 꾸준히 진행돼 왔으며, 당장 급한 현안이 된 강제동원 배상문제와 관련해서도 진척이 있었다.

지난 12일 정부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제징용(동원)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일 양국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주체가 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변제해주는 것이 제3자 변제안의 골자다.

우리 정부는 포스코 등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수혜를 입은 우리 기업에게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일본 기업의 참여가 이뤄져야하며 이를 위한 세부적인 논의도 한일 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이 같은 해법안을 공개한 후 박진 외교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논의를 가졌다. 이어 기시다 총리도 나서 한일관계 발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강제동원 해법안 마련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세 번째 협의를 진행했다. 한일이 조속한 해법안 마련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도 일본 내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로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며 조만간 최종적인 강제동원 해법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 내 정·재계에서도 '그 정도(해법안 합의)'는 해야 되지 않느냐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2월 중에 해법안이 발표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차원에서 2~3월 중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5월에 열릴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대하는 일정이 준비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빠르면 구정 설 연휴가 끝나고 큰 해결의 틀이 도출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양국 간 합의에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과제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일본의 사죄 유무와 일본 기업의 재원 참여 여부를 두고 피해자 측의 거센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순조로운 해법안 마련을 위해 정부가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하고 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일본군 강제위안부 관련 합의 때 피해자들의 큰 반발로 인해 합의 후에도 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던 것을 재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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