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개최된 8차 당대회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난 1월 개최된 8차 당대회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김정은의 업적을 찬양하는 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국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사상을 체계화하고 김정은주의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26일 “김정은의 위대함과 불멸의 업적을 깊이 체득하기 위한 중앙연구토론회가 지난 25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리일환 노동당 선전선동비서, 한창순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 등 북한의 사상과 통치 이론과 관련한 고위급 인사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독창적인 사상이론들”이라고 치켜세웠고 김정은을 “천재적인 사상 이론가, 비범하고 특출한 정치가”라고 칭송했다.

연초부터 김정은 우상화 분위기에 나선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김정은 공식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 사상을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번 토론회는 김정은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주의라는 명칭을 붙이기 위해 먼저 김정은의 공적을 보도하고 선동하는 일반적인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태 교수는 "단순히 지도자가 아닌 신과 같은 수령으로서의 자리 매김을 해야 하니까 이것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뒷받침하려면 주의라는 명칭을 붙여야 한다"며 "주의라는 명칭을 붙이기 위해서는 김정은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공적이라든가 찬양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이것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선전 선동을 반복하는 행위가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북한이 경제난도 정치의 수단으로 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이유를 미국의 압박 등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김정은을 난관을 극복시켜줄 신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며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은 작년부터 김정은을 김일성과 같은 위대한 수령으로 내세우며 김정은 사상을 강조해오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는 김정은 사상을 전사회적으로 전파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다만 정 센터장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김정은주의를 공식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정 센터장은 “지난 1974년 북한이 김일성주의를 내부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지만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것은 김일성 사망 이후였다”며 “북한이 지금 김정은주의에 대해 출간한 책 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김정은주의를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내부적으로 김일성주의에 대해 언급하고 나서도 10년이 훨씬 지난 다음에서야 대외적으로 공식화됐다"며 "그래서 지금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 체계화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어도 이것이 대외적으로 공개되기까지는 앞으로 10년 정도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책들이 먼저 발간이 되고 나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 가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는 것이다.

황일도 교수는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2022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가 각각 김일성, 김정일 사후에 공식화된 것에 비하면 김정은주의의 공식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라며 “김정은의 이름을 딴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공식화된다고 해도 과거 회귀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황 교수는 “김정은주의를 민심관리용 이념도구로 활용하고 냉혹한 자본주의와 대조를 이루는 따뜻한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활용하겠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더 행복하다’는 메시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아직 대외적으로 공표된 북한의 매체나 공식문건에 김정은주의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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