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교수 '한·미평화통일포럼'서 종전선언의 가치 강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10일 한·미평화통일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관세 극동문제연구소장, 권영경 민주평통 경제·과학분과위원장이 토론하고 있다.(사진=민주평통)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10일 한·미평화통일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관세 극동문제연구소장, 권영경 민주평통 경제·과학분과위원장이 토론하고 있다.(사진=민주평통)

 

문재인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이를 실현시키려는 정부 외교적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공동으로 10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한·미평화통일포럼'을 열고 이 문제를 다뤘다. '한반도 정세 변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대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반도 정세와 북한 변화 가능성' 주제발표에서 종전선언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자, 향후 평화 프로세스를 매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이정철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동시에 한국이 직접 나서서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가는 이니셔티브를 취하고자 하고 있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유엔 총회에서 종전 논의를 되살렸을 뿐 아니라 교황 면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위한 바티칸 순방 외교에 나서는 등 종전선언에 전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싱가폴 회담 당시 북미 간에 종전선언 합의문을 담은 초안이 있었다. 당시 합의안은 한국전쟁이 끝났다는 핵심 선언에 더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교수는 한미일이 새롭게 합의한 종전선언에는 '종전선언이 현 정전협정 체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 상황에서 현재의 종전선언은 북미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자 향후 평화프로세스의 플랫폼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북미중 4개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촉매제로 종전선언이 작동한다면 그것은 매우 중요한 모멘텀으로 될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 4월 완성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트럼프 행정부처럼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자는 빅딜(big deal)도 아닌 그 중간 영역의 포지셔닝 전략을 담고 있다. 

이런 미국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의 불신 때문에 실무회담의 시작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몇가지 요구 사항을 구두로라도 약속할 것을 회담 재개 조건으로 제기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런 조건을 먼저 약속하는 회담을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북미 사이에서 종전선언은 대화를 매개하는 하나의 촉매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평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종전선언 논의 속에 담아 교환할 수 있다면, 북미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모멘텀으로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합의 가능한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북한의 대남 정책과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연설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내세우며 국방-외교 병행론을 거론했다. 연설에서는 핵무기 고도화, 핵무기 증강 계획을 밝히고 다탄두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핵잠수함, SLBM, 군사정찰위성, 각종 전술핵무기 등을 언급하여 국방력 강화 기조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임을 천명했다. 이어진 열병식에서도 북극성 5호 등 비대칭 무기 체계의 일부를 공개하여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특히 전술 핵무기를 강조한 대목에서는 실전 배치 여부와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총비서는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에로 추동하며 그 성과를 담보하는 위력한 수단으로 된다”고 강조하며 대미 협상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6월의 제7기 3차 노동당 중앙위원회 연설에서도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였다. 

이같은 이중적 태도는 대남 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이후의 강경 정책을 반복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대화론의 문을 완전히 닫고 있지는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 대회 총화 보고에서 현 상황은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도, 우리 정부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 새 출발점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7월에는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을 통해 군통신선을 연결했다가도 한미군사연습을 빌미로 또 무단으로 두절시키기도 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의 이중적 태도이다. 이 교수는 북한이 위협과 대화를 병행하는 북한식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전략을 사용하는 배경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제약 조건이다. 초유의 미-중 갈등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제약 조건 하에서 북한이 섣불리 전략 방향을 설정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기회 요인이다. 한국의 정치 일정이 복잡해져 가고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오는 조건에서 북한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다가오는 기회를 스스로 봉쇄할 이유가 없다. 전략적 모호성은 기회 포착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셋째,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조건에서 북한이 초유의 봉쇄형 방역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새로운 전략들을 유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교수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당 규약에 언급된 ‘민족공동번영’이란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8차 당 대회(21.1.9)에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7.4 남북 공동성명과 관련된 규정을 바꿨다. 평화통일단계 이전 단계로 ‘민족공동번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통일과정을 두 단계로 나눠 놓었다. 

북한은 연방제를 앞당기는 단계 즉 연방제 이전 단계를 민족공동번영 단계라고 개념화한 것이라는 이같은 해석에 따르면 민족공영단계는 사실상 국가연합단계를 의미하게 된다. 이것은 6.15 합의 당시 2항에서 김정일 총비서가 자신들의 통일 방안을 높은 단계 연방제(고민연 단계)와 낮은 단계 연방제로 나누고 후자는 국가연합과 공통점이 있다고 얘기한 부분을 연상케 한다. 

이 교수는 20년 전 6.15 공동선언 2항이 인정한 국가연합의 장점을 민족공동번영 단계라는 명칭으로 당원의 의무를 집대성한 당규약에 집어 넣은 것이 맞다면 그것이 가져올 변화의 폭은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당장 남북미의 비핵화 협상이 동결론에라도 합의한다면 그리고 9.19 군사합의와 같은 갈등관리 방식이 지속된다면, 2030년 쯤에는 코리아 CEPA(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체제)라는 경제협약체를 지닌 남북관계가 기능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종전선언은 북한이 대화로 나올 명분 

지금처럼 남북관계의 대화 단절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북중관계가 더욱 공고화된다면 북한은 냉전의 섬으로 남기보다는 중국의 맹방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포기하고 북중동맹으로 갔다는 두 개 한국론은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는 불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아직까지 북한은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그들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언제까지 북한의 전략적 모호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종전선언은 그 점에서 북한이 다시 도발의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인센티브이기도 하고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 있게 하는 명분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한미가 애써 만든 종전선언 안이 동아시아국제정치의 맥락에 부합하는 하나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하며 북한이 종전선언 논의에 나오기를 촉구했다. 

동시에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잘 설득할 수 있는 최적의 제안을 한미가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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