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통일 지향은 이미 늦어”…'안보 우클릭' 노골화
李, 중도ㆍ보수층 겨냥 행보…친문 진영과 충돌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충남 아산시 충남컨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서울대 등 지역거점 국립대 학생들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충남 아산시 충남컨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서울대 등 지역거점 국립대 학생들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통일 지향은 이미 늦었다”며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실리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언급하는 등 현 정부와 정책적 차별화를 시도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전략 치원에서 문재인 정부와 거리두기를 하며 보수ㆍ중도층을 향해 우클릭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20일 서울대ㆍ지역거점 국립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일 지향은 이미 늦었다”며 “사실상의 통일 상태, 통일된 것과 마찬가지면 됐다”고 했다. “(통일 문제에) 너무 정치적 접근을 말고 실리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통일에 부정적 여론이 높은 2030세대를 겨냥해 통일이라는 당위에 얽매이기보다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남북 협력을 통해 통일의 기반을 만든다는 민주당 강령과 다소 결이 다른 주장으로, 특히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지난달 유럽순방에서 교황을 비롯해 각국 지도자들에게 종전선언을 거론하며 남북관계에 전력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 안팎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후보가 남북관계에서 현실적 이익을 중시하는 중도ㆍ보수층을 염두에 둔 확장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20, 21일 충청 지역 일정을 소화하면서 ‘실용적 외교ㆍ안보’를 부각하는 메시지를 여러 번 냈다. 21일 국립대전현충원의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찾아 “민간인 지역에 대한 불법 도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이 후보가 통일문제, 남북관계에서 우클릭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2030세대와 중도ㆍ보수층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헌법에도 나와 있고 민주당 강령에도 있는 지향점으로서의 통일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선거인 지난해 총선에서 세대별 유권자 비율은 2030(18~19세 포함)이 34%였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은 이른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인 2030 유권자가 결정권을 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Z세대는 대체로 특정 이념에 쏠리기보다는 삶의 질과 자아실현 등에 관심이 높고 현실적인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했지만 유례없는 취업난, 조국 사태, 부동산값 폭등을 거치면서 문 정부에 등을 돌렸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실시한 결과, 18세부터 29세까지 성인 남녀 140명(가중값 175명) 중 부동산 정책과 경제 활성화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39.5%, 35.0%였다. 반면 남북한 대화와 평화통일을 주요 과제로 꼽은 비율도 4.4%에 그쳤다.

이 후보측의 ‘안보 우클릭’ 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쏟아지는 ‘퍼주기’ 비판을 의식한 차별화 시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남북관계의 진전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문에서도 통일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이 후보가 대선 전략상 중도ㆍ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클릭 행보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남은 임기를 남북관계 회복 및 발전에 전력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방향과 배치돼 불협화음을 낳을 수도 있다.

최근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통일ㆍ안보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당청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팀'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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