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핵실험·ICBM 발사는 중단…전술핵 등 기술 고도화 집중
올 1월 노동당 대회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수립
지난 2018년 이후 한반도 문제의 최대 화두는 '북한 비핵화'였다. 이듬해까지 남북·북미·북중·북러정상회담을 잇달아 열어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관련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고, 이 사이 북한은 전술핵무기 개발 등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스1은 그동안의 '북한 비핵화' 관련 경과를 짚어보고 향후 전망이 부정벅이라고 9일 보도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북한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이를 계기로 북미 간 '데탕트'(긴장 완화)가 비로소 실현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북미 양측은 후속 협상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과 대상, 그리고 그에 따른 미국 측의 제재 완화 등 보상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과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을 끝으로 북미 양측의 가시적 접촉은 끊긴 상태다.
북한은 이처럼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앞서 약속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는 일단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총 13차례에 걸쳐 25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신형무기 시험을 했다는 점에서 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위한 작업들은 계속 진행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올 2월 이후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선 시설 재가동 정황이 포착됐고, 현재도 시설 내 주요 건물의 증축공사 등 핵물질 생산 증대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영변을 포함해 최소 5곳 이상의 핵시설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군 당국도 "전략적 공격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 특히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아예 "진전이 없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 내 일부 시설을 해체하는 등 나름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을 상대로 그 대가를 요구해왔지만, 이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의 해당 조치들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는 올 4월 "북한이 2017년 이후 매년 12~18개씩 핵무기를 생산했다고 가정했을 때 작년 보유고는 67~116개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7년이면 151~242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과 각국 전문가들은 2017년 기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20~60개,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비축량은 2019년 기준 30~63㎏과 고농축 우라늄(HEU) 175~645㎏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 투발수단 가운데 하나인 ICBM 개발과 관련해선 2017년 11월 '화성-15형'(KN-22)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 핵실험 역시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감행한 총 6차례 실시한 이후 중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해 ICBM보다 작은 미사일, 즉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에도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는 연구를 지속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올 1월 김 총비서 주재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극초음속 활공체·HGV)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 발동기(엔진)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 개발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보유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그 이행 차원에서 무기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그동안 미국으로부터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ICBM을 개발해왔다면, 전술핵무기는 "유사시 한국으로부터 빠른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선제공격 수단"(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으로 개발 중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부는 '미완'의 북한 비핵화보다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한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쪽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이던 지난 5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종전선언은 대북 관여를 위한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1일엔 국회 답변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5일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사항이 적시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들을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은 제재 완화 등을 얘기할 때가 아니란 의미로 풀이된다.
백민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