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핵실험·ICBM 발사는 중단…전술핵 등 기술 고도화 집중
올 1월 노동당 대회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수립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CNN 캡처)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CNN 캡처)

 

지난 2018년 이후 한반도 문제의 최대 화두는 '북한 비핵화'였다. 이듬해까지 남북·북미·북중·북러정상회담을 잇달아 열어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관련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고, 이 사이 북한은 전술핵무기 개발 등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스1은 그동안의 '북한 비핵화' 관련 경과를 짚어보고 향후 전망이 부정벅이라고 9일 보도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북한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이를 계기로 북미 간 '데탕트'(긴장 완화)가 비로소 실현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북미 양측은 후속 협상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과 대상, 그리고 그에 따른 미국 측의 제재 완화 등 보상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과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을 끝으로 북미 양측의 가시적 접촉은 끊긴 상태다.

북한은 이처럼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앞서 약속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는 일단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총 13차례에 걸쳐 25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신형무기 시험을 했다는 점에서 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위한 작업들은 계속 진행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올 2월 이후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선 시설 재가동 정황이 포착됐고, 현재도 시설 내 주요 건물의 증축공사 등 핵물질 생산 증대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영변을 포함해 최소 5곳 이상의 핵시설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군 당국도 "전략적 공격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 특히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아예 "진전이 없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 내 일부 시설을 해체하는 등 나름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을 상대로 그 대가를 요구해왔지만, 이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의 해당 조치들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는 올 4월 "북한이 2017년 이후 매년 12~18개씩 핵무기를 생산했다고 가정했을 때 작년 보유고는 67~116개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7년이면 151~242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과 각국 전문가들은 2017년 기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20~60개,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비축량은 2019년 기준 30~63㎏과 고농축 우라늄(HEU) 175~645㎏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 투발수단 가운데 하나인 ICBM 개발과 관련해선 2017년 11월 '화성-15형'(KN-22)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 핵실험 역시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감행한 총 6차례 실시한 이후 중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해 ICBM보다 작은 미사일, 즉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에도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는 연구를 지속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올 1월 김 총비서 주재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극초음속 활공체·HGV)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 발동기(엔진)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 개발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보유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그 이행 차원에서 무기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그동안 미국으로부터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ICBM을 개발해왔다면, 전술핵무기는 "유사시 한국으로부터 빠른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선제공격 수단"(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으로 개발 중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부는 '미완'의 북한 비핵화보다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한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쪽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이던 지난 5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종전선언은 대북 관여를 위한 의미 있는 신뢰구축 조치"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1일엔 국회 답변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5일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사항이 적시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들을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은 제재 완화 등을 얘기할 때가 아니란 의미로 풀이된다.

백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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