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북한·중국 고려 최대 유연성 발휘한 韓美…남·북·미·중 관계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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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북한·중국 고려 최대 유연성 발휘한 韓美…남·북·미·중 관계 변화 주목
  • 백민일 기자
  • 승인 2021.05.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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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시정책 철회 없지만 동기부여 의도… 北 호응 미지수
껄끄러운 쿼드, 北 인권도 공동성명 원론적으로 담겨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JTBC 캡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JTBC 캡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한국시간 22일 오전) 정상회담 뒤 공개된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매우 유연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과 중국 관계의 특수성과 예민한 사안을 직접 거론하거나 자극하지 않으면서 '실리'를 챙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 한국 측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봄’ 당시 남북·북미 정상 합의의 토대에서 대북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점을 명문화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회담을 준비하면서 공동성명에 ‘싱가포르 합의에 기반한 대북 접근’을 공식화하고자 노력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판문점 선언까지 포함된 것이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나 제재 완화 등 ‘선(先)보상’을 미국이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과감한 제안을 한 셈이다. 

동시에 기존 남북·북미간 합의를 인정함으로써 한·미의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이전의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다는 점을 북측에 알리는 한편, 협상의 연속성을 담보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특히 4·27판문점선언에는 북한이 주장하는 그들의 비핵화 원칙, 즉 '북한 비핵화(핵 포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 가 명문화돼 있고, 문 대통령이 비핵화 대화의 ‘입구’로 제안했던 종전선언 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양측은 또한 성명에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명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를 소개한 뒤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촉진해 북미 대화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한 것도 북한과 대화를 바라는 미국의 속내가 읽혀지는 부분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가면 제재 해제를 할 수 있다"며 북미대화에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공동성명에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 직접 언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내용도 담겼다. 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한국이 ‘쿼드(미·일·호주·인도 협의체)’를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에 적극 가담하게 될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 모두발언에서 “한미 간의 파트너십은 한반도의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며 아세안이나 쿼드, 일본과의 3자 협력 등을 통해서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 미국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께서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중국이 대만에 보내는 강력한 어떠한 압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가’를 묻자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압박은 없었다”고 웃어넘긴 뒤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라는 데는 인식을 함께했고, (중국·대만 간)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한미)양국이 그 부분에 대해서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답했다.

공동성명에도 ‘쿼드’가 한 차례 등장했다. 양측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하고, 양국이 안전하고 번영하며 역동적인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한미는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쿼드 문제에 한미가 원론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미중 사이에 한쪽을 택할 수 없는 한국 입장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만남과 관련, 청와대가 “중국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적 분야, 협업이 가능한 분야 등 복잡한 측면에 대해 입장을 공유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가장 꺼리는 ‘북한 인권’도 이를 문제삼기보다는 원론적인 수준으로 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공동성명에는 담겼다. 양측은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면서 “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성명에는 “우리는 동맹의 억제 태세 강화를 약속하고, 합동 군사 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하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대목도 있다.

이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실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는 상황이라 눈길을 끌지만 실제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인지는 유동적이다. 북미관계,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연기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통해 가하는 위협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의 팀은 굉장히 긴밀하게 문 대통령의 팀과 대북 정책 전 과정을 조율해왔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양국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적대정책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군사적 강경 대응 대신 '외교'와 '대화'를 우선한다고 한 점은 향후 대북 국면에서 한미가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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