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재보궐선거에서 도드라진 세대별 표심이다. 20대와 40대는 ‘젊으면 진보, 나이 들면 보수’란 전형적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표로 분명히 드러내는 것'을 택했다. 무엇이 이들의 표심을 갈랐을까.

“정책 실패엔 응징 투표”... 보수로 더 기운 20대 남성

오세훈 시장의 압도적 승리를 견인한 것은 18ㆍ19세와 20대 남성이었다. 방송3사(KBSㆍMBCㆍSBS)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오 시장 득표율은 72.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인 60대 이상 남성의 오 시장 득표율(70.2%)을 웃돌았다.

2017년 대선 때 이남자의 선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으나, 지난해 4월 21대 총선 때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다. 그리고 1년 만에 국민의힘 쪽으로 확 기울었다.

이를 ‘이남자의 보수화’로 단순화하기엔 이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민주화 이후 태어난 세대는 진영 갈등에서 자유롭다”며 “‘우리 편’이라고 계속 지지하는 게 아니라, ‘타당하다’ 혹은 ‘견제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면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20대가 ‘이념 투표’가 아닌 ‘실용 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도 “20대는 민주당의 정책 실패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좌절감에 ‘응징투표’를 한 것”이라며 “오 시장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민주당 정책을 바꿀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여성·소수자만 챙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분노와 피해의식 역시 이남자가 오 시장에게 표를 몰아준 이유다.

“여도 야도 싫다” 제3지대 후보 지지로 말한 20대 여성

18ㆍ19세, 20대 여성의 마음은 전혀 달랐다. 이들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 시장에게 44%, 40.9%씩 표를 나눠 줬다.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 기득권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

이여자는 한동안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지난해 총선 때도 이여자의 63.6%가 민주당 후보를 택했지만, 박원순·오거돈·안희정의 3연속 성추문에 염증을 내고 민주당을 이탈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으로 옮겨 가는 뻔한 선택도 하지 않았다. 대신 소수 정당 등 제3지대 후보들에게 15.1%의 표를 던졌다.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대표는 “이번 선거가 치러진 근본 원인을 이여자는 당사자 입장에서 봤고, 이남자는 스스로를 당사자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별 의견이 갈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도 민주당” 문재인 정부에 힘 실은 40대

40대는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여당 ‘콘크리트 지지층’임을 재확인했다. 40대의 박 후보 득표율은 49.3%, 오 시장은 48.3%였다. 문재인 정권 심판 바람이 더 크게 분 부산에서도 40대는 민주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김영춘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박형준 부산시장보다 6.4%포인트나 높았다.

40대가 민주당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보수 진영이 전국 선거 4연패란 암흑기를 지날 때도 60대 이상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굳건했던 것처럼, 40대도 민주당과 단단히 밀착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0대의 독특한 경험치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세대 투표에는 당대 이해관계뿐 아니라, 정치ㆍ문화적 경험이 영향을 미친다”며 “40대는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를 이끈 세대로, 그 경험을 잊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교수도 “40대는 86 운동권 세대의 영향을 받으며 청년기를 보냈고, 애써 쌓아올린 민주주의 가치가 보수 정권에서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보수 정당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박혀 차마 국민의힘을 찍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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