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북미 샅바 싸움서 섣불리 대응하지 않겠다는 셈법
도발 수위 높아질 경우, 정부 대응 '변곡점' 맞을 듯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청와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청와대)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도발을 감행하고 있지만 정부는 한동안 '신중모드'를 유지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미국의 대북 정책이 완전하게 수립되지 않은 상황의 북미 샅바싸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해야 하는 우리 정부가 섣불리 대응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북미간 마찰이 격해지거나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한 입장으로 수립돼 북한의 도발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정부의 신중모드는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오전 7시6분쯤과 7시25분쯤 북한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세부 제원은 분석 중이지만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전날 오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NSC 상임위가 발표한 입장을 언급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은 일관되게 지속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외교부도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NSC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즉각 '유감 표명'이나 '경고'를 한 것이 아닌 '신중모드'를 택하며 '로키'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정부가 이처럼 판단하게 된 계기는 우선 탄도미사일 발사가 바이든 행정부가 나름대로 정한 '레드 라인'을 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미국 측에서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다. 원칙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제재라는 원칙을 매우 중요시 여겨왔다. 이 때문에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추가 대북제재와 연결될 가능성을 판단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앞으로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 수위나 입장, 북한 측에서의 추가도발 여부 등을 보며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위원은 다음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등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들을 언급하며 "현재 정세 및 상황관리를 위해서는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가 최대한 미국이나 국제적인 문제로 크게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정부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미측과 북측의 기싸움이 어디까지 번질지에 따라서다. 북한이 수위를 높여 점진적으로 도발에 나서거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측에 강경한 형태로 수립될 경우 북미 간의 갈등은 격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복잡한 한반도 주변 정세 속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눈치보기' 등의 비판에 직면할 경우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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