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구두 친서 교환…"북중 협력 강화"
북미·미중은 갈등…한미vs 북중 외교구도 이어질듯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동맹 강화 방침을 공고히 했다. 북한은 지난 1월 당 대회에서 결정한 북한의 대외 정책 내용을 중국에 공유했고, 중국은 '적극적인 공헌'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 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두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친서 내용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한반도 및 국제관계 분석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향후 국방력 강화 기조와 남북·북미 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면서 적대 세력의 도전·방해에 대처해 양 당이 단결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와 지역의 평화·안정, 발전·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를 통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있어 북중이 '공동 대응' 하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새로운'이 언급된 것은 그간의 비핵화 협상 때와 다른 자세로 정세 대응에 임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됐음을 시사한다.

북한과 중국은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혈맹' 수준의 깊은 동맹 관계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이날 친서에 북한이 남북·북미 관계의 전략을 중국에 공유했음을 적시하고 밝히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꽤 이례적 행보다. 양측이 앞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공동 전선'을 구축해 대외 행보에 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번 친서는 또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미중 관계가 갈등을 겪는 가운데 발표돼 앞으로 '한미 대 북중'이라는 외교 구도가 전개될 것을 예상케 한다.

지난주 한미는 서울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고 △한미동맹 △한반도 문제 △지역협력 △글로벌 파트너십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들고 나서 북한을 작심 비판했다. 그동안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검토'하며 북한에 관한 언급을 삼가던 미국을 고려하면 예상 밖 행보였다.

북한은 즉각 대미 담화를 발표하며 "미국을 무시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해 왔으며, 미국이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무시하겠다고 밝혀 북미관계 험로를 예고했다.

미중 갈등도 팽팽하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며,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어떤 행위를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면서 중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한미 2+2 회담 이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미중 양측은 '불꽃튀는 설전'을 벌였다. 회담 중에도 설전을 주고받은 이들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으며 통상적인 합의문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처럼 북미, 북중 관계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달리 북중은 갈수록 밀착하는 모습이다.

이번 김 총비서의 구두 친서는 리룡남 신임 중국주재 북한대사가 전달했다. 리 대사는 지난 2019년 내각부총리와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올랐던 고위급 인사로 지난달 19일 신임 주중대사로 임명됐다.

무역상과 대외경제상을 역임한 전형적인 '무역통'으로 분류되는 그의 임명은 앞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날 시 주석의 친서에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는 언급이 나온 것도 앞으로 북중 간 경제협력의 폭이 넓어질 것임을 추정케한다.

특히 북한은 올해 초 대외 행보를 중국을 향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당 대회에서 국제부장으로 임명된 '대중 외교 담당' 김성남 당 중앙위 국제부 제1부부장은 2월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되며 달라진 '대중라인'의 위상을 보인 바 있다. 또 대대적으로 치러진 제8차 당 대회 때도 중국의 축하 메시지가 비중 있게 소개되기도 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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