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경기도청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경기도청 제공)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며 ‘1강 독주체제’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 공고한 ‘3강 구도’를 구축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호도는 올해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 지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5일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전체의 27%가 이 지사를 꼽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10%, 윤 총장이 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로 뒤를 이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전문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 2월1주차(1~3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결과 이 지사가 27%로 1위를 유지했고, 이 대표는 14%, 윤 총장은 9%를 기록했다.

통상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데,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줄곧 이 대표가 이 지사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다가 작년 4분기 격차가 줄었고 올해 1월 조사에서 역전했다.

그러나 대선까지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 이 지사의 독주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 4·7 재보궐선거는 대권 지형 변곡점제3후보 가능성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주요 대권주자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은 4월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다.

대선 일정을 보면 3월 9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6월 21일과 22일 예비경선이 시작되며 6월 30일부터 7월 2일 선거인단 모집, 7월 3일부터 한달간 1·2차 경선이 진행된다.

8월부터는 권역별 또는 시도별 순회경선이 시작된다. 권역별로 치러지는 경우 7회, 시도별로 하는 경우 13회 경선이 이뤄진다. 대략적으로 여권 대권레이스가 본격화되는 것은 7월부터다.

이낙연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3월 9일 이전에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당대표 없이 치러지는 선거지만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은 현 이 대표에게 있다. 어떤 성적을 받느냐에 따라 대권주자 이 대표의 부침이 엇갈릴 것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선거를 지휘한 이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하고 이 지사의 지지율은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두 곳 선거에서 패할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대선후보군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 민주당 후보가 서울에서 승리하고 부산에서 패할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여론은 요동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만큼 이 대표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의 패배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긴장시킬 수 있다. 이 대표를 대신할 '제3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 이재명, 친문 ‘비토’ 넘어설까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낙연 대표의 운명을 갈리겠지만, 현재 단독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경우, 지지율 관리의 모멘텀을 만들기 쉽지 않다.

단독선두로 올라선 만큼 지난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벌어진 이른바 친문세력의 ‘비토’정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도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2018년 경기지사 경선을 거치면서 친문과 갈등을 벌인 만큼, 대권가도를 순조롭게 달리기 위해서는 친문 진영에 남아 있는 ‘비토 정서’를 해소해야 한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는 “이재명 지사로서는 그게 제일 큰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지율과 별도로 먼저 넘어야 할 당내 경선에서 친문의 비토를 받으면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사로서는 최소한 자신의 편은 아니더라도 비토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 관리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소년공 경력을 알리면서 ‘리틀 노무현’으로 이미지메이킹하는 것이나, 광주 5·18기념공원 방문 등의 일정이 대권 정치행보로 읽히는 까닭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이낙연 당대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경고 이상 없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상황이 다르다. 과감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사를 맡고 있는 경기도에서 실행해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기회의 측면에서도 이낙연 당대표는 4월 재보궐선거라는 하나의 빅이벤트에 의해 결정될 운명이라면, 경기도라는 지속적인 정책 실험무대를 가진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낙연 측인 남평오 연대와 공생 사무총장은 “최근 수도권과 호남 일부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낙연 당대표가 보다 진보적 의제를 가지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라며 “아직 대선시간표까지 남은 시간은 많다. 우리도 불과 6개월 전까지 40%대의 지지를 받은 적이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지지층(n=341)에서는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45%로 이낙연 대표(28%)에 비해 우위를 나타냈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32.5%로 1위에 올랐다. 윤 총장은 17.5%, 이 대표는 13.0%로 이 지사의 뒤를 이었다.

현재까지 이재명 지사 쪽을 공개적으로 돕고 있는 민주당 의원은 15명 정도로 전해진다. 기존에 이 지사와 가깝다고 분류됐던 경기권 그룹 정성호(4선·경기 양주)·김병욱(재선·경기 성남분당을)·김영진(재선·경기 수원병)·임종성(재선·경기 광주을) 의원에 더해, 이규민(초선·경기 안성)·김남국(초선·경기 안산단원을)·문진석(초선·충남 천안갑) 등 초선 의원들이 더해진 '8인회'가 일찌감치 21대 국회 초반부터 이 지사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호남·친문 진영에선 처음으로 이 지사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민형배(초선·광주 광산을) 의원을 포함, 개혁 성향 초선 의원 7명이 새롭게 합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 지역 의원은 "저를 포함해 여전히 당내 의원 대부분이 중립 지대에서 대선을 관망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계파나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세가 정해지면 그리로 모이게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 2년간 양분한 검찰 이슈의 전망은

대권레이스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거의 더블스코어에 가까울 정도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독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프로야구에 비유한다면 한국시리즈의 3강, 4강에 진출한 것과 다름없다”라며 “(이재명 독주는) 4월 보선 때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이 지사와 함께 2강을 형성했던 이낙연 대표와 야권 지지자들이 주목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다른 대안적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 지사 지지층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층도 일부 포함돼 있으며, 현재 그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야권주자가 변변치 않기 때문”이라며 “그런 사람들은 현재 지지부진한 야권후보군이 정리되면 다시 야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해 1월을 경과하면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또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그동안 윤석열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추미애가 공격하면서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국민이 인정해주는 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미애라는 ‘특급도우미’가 퇴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제는 모멘텀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인데다 또 하나 중요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은 본인의 권력의지다. ‘과연 저 사람이 대선에 나올 사람이냐’는 것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본인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지지율이 올라가기 어렵다. 임기만료일(7월)이 다가오는데 만약 정말 정치에 뜻이 있다면 임기 후에 어떤 구도를 가지고 정치를 할 것인지, 구조와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혼선을 주는 것이 아닌가.”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리서치뷰의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다른 여론조사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윤석열을 야권후보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지난 2월 2일 발표된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의 ‘1월 말 대권주자 적합도 정기조사통계표’를 보면 범보수 대권주자 적합도는 현재 서울시장 후보로 뛰고 있는 안철수(12%), 홍준표(11%), 유승민(9%) 순이다.

안일원 대표에 따르면 리서치뷰의 조사에서는 한 번도 윤석열을 대권주자로 넣어 조사한 적은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난해 본인이 연초쯤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2019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검찰의 중립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여론조사 기관마저 그를 대권주자로 넣어 조사한다면 인식의 혼란을 거드는 것이 아닌가 판단했다.”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는 상황과 관련해 그는 “보수진영에서 윤석열 신드롬이 상당 기간 이어졌던 것은 그쪽의 다른 유력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없으니 반문진영의 대표성 내지는 상징적 위치에 있는 사람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지난 2년간 보수진영이 윤석열을 주목해온 것”이라며 “대립각을 형성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퇴진도 있지만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대통령의 발언도 그런 상징효과 내지는 효용가치가 끝나가는 시점으로 돌아서는 추세의 분기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4월 재보궐을 기점으로 선거일정이 본격 궤도에 올라가면서 정국의 중심을 형성했던 검찰이슈가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 대표는 “사실 지난 2년간 검찰이슈가 엄청난 국론분열 당파전쟁 수준까지 와버린 것은 사실”이라며 “공수처도 출범하고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여야 정당의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 7월 윤 총장이 퇴임 후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이미 영역이 달라지는 만큼 더 이상 검찰이슈가 다른 정치이슈를 압도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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