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는 중대한 위협"…"현상황의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
트럼프 톱다운방식 대신 상향식 접근·동맹 등 주변국 공조 예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바이든 홈페이지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바이든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일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는 입장이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동맹과 긴밀히 협의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다른 확산 관련 활동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인들과 동맹국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대북)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며 “이 접근법은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압박과 미래 외교 가능성 등에 대한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된다”고 했다.

백악관이 '새로운 전략'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노선과 기조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키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한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사키 대변인은 미리 준비했던 답변 문안을 읽었는데, 이는 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새 전략'을 채택하겠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북한 핵 문제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된 해법이 필요하다는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과 대북정책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면 충돌한데서 이미 예상된 일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 22일 대선 2차 TV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우호적인 국가정상으로 표현하며 북미회담의 성과를 강조한데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정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악의 폭군'까진 아니더라도 김 총비서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폭력배(thug)'라고 지칭했다. 김 총비서와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지만 "핵 감축 사전 합의"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번의 북미 정상회담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3차례나 만났지만,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채 핵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시간을 벌어주고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일대일 담판식 협상을 추진하는 바람에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은 물론 비핵화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소외시켰다는 문제의식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포함해 외교노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주장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하려는 첫 일 중 하나는 전반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며 "이는 역대 정부를 괴롭혀온 어려운 문제이며 실제 개선되지 않고 더 악화돼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외교적 이니셔티브가 가능한지 살펴보는 것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동맹국들과 파트너들, 특히 한국과 일본 등과 긴밀히 협의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의 대북 접근법을 지양하고, 실무협상부터 시작하는 상향식 접근법과 동맹과의 공조를 중시하는 다자적 접근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링컨 지명자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해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계별로 북한의 양보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이른바 '이란식 해법'을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블링컨 지명자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강경 일변도가 아닌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블링컨 지명자는  "우리가 그 정권과 정부에 강한 불만이 있고 그에 관해 뭔가 조처를 하더라도, 우선은 능력이 미치는 한 그 나라의 국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임을 시사하며 "북한과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우리는 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면도 동등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바이든 전부가 대북정책에 강온 전략을 펼 것이 예상됨에 따라 북한의 대응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이 주목된다.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에 대해 아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올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전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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